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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임정 적통은 대한민국… 기념관 국가가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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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1 09:00:00 수정 : 2017-03-31 21: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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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기념관 추진 이종찬 前 국정원장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창사, 류저우, 충칭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또는 전시관)이 있다. 모두 다섯 곳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임시정부 기념관이 없다.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서대문구에 설립하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계획도 삐걱거리고 있다. 
이종찬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우당기념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종찬(82)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회장을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우당(友堂)기념관에서 만났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11대부터 14대까지 내리 4번 국회의원을 지내고, 김대중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정보기관 개혁을 이끌었던 이 회장에게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은 일생일대의 숙원 사업이다. 이 회장은 일제강점기에 현재 가치로 600억원 가까운 재산을 처분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독립운동에 매진한 우당 이회영(1867~1932) 선생의 친손자다. 임시정부 법무총장을 지내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이 작은 할아버지다. 이 회장이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기차 안에서 뛰어갈 판”이라고 했다. 2019년 3월1일까지 채 2년이 남지 않았지만 기념관 설계도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 답답해 그만큼 마음이 바쁘다는 말이다. 이 회장이 직접 국회를 설득해 기념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서울시가 250억원을 들여 서대문구 의회 부지를 임시정부 기념관 터로 내놓았지만 정부가 발주를 하지 않아 사업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임시정부 기념관 설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3·1운동을 단순히 일제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3·1운동 독립선언은 우리 민족이 실질적으로 왕정을 끝내고 민주공화정의 시대로 변화하는 기점”이라며 “1919년 고종이 승하하며 왕정의 상징이 사라졌고,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민주공화정의 획을 그은 것이 1919년이다. 100주년 기념사업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정부에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2015년부터다. 이 회장은 2015년 막 취임한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 비서실장에게 100주년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국가보훈처장이 간사를 맡는 국가 사업으로의 추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회장은 “이 비서실장한테 사업 완료 시점이 2019년이어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 이후지만 박 대통령이 사업을 시작해놓으면 두고두고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그러고 좀 지나서 이 비서실장이 연락이 왔다. ‘일리가 있다. 추진하겠다’는 대답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이 회장은 “이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만났는데 ‘고려해 보겠다’는 짤막한 대답을 듣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사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임시정부를 기념하자는 것이 건국절 논란과 연결될 것이란 생각은 미처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임시정부 기념관을 국립시설로 지어야 한다는 서울시·임시정부 건립추진위와 시립시설로 지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맞서며 사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 근저에 건국절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다.

이 회장은 “1948년 대한민국 관보 1호에 ‘대한민국 30년’이라고 적혀 있다. 그게 이승만 박사의 포석”이라며 “이 박사의 생각은 ‘1948년에 설립한 대한민국은 이제 시작한 것이 아니고 30년 전인 1919년에 시작한 거다. 김일성은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을 만들지만 그건 서자이고, 우리가 적자다. 우리가 적통을 이어왔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임시정부를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북한이다. 우리나라에서 임시정부를 부정하려는 극우 세력이 곧 종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임시정부 기념관을 ‘민족 통합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임시정부 기념관을 만들면 이승만도 안창호도 김구도 이동녕도 이시영도 신익희, 조소앙도 다 들어가야 한다”며 “월북 후 처형당했지만 임시정부에서 초대 군무위원(국방부장관)을 맡았던 김원봉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정부라는 지붕 밑에서 이승만과 김구를 화해시키고, 우리 민족 통합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서대문형무소와 서대문 독립공원을 연간 10만여명이 찾는다. 근데 서대문형무소는 감옥소다. 보고 나면 마음이 무겁다”며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고 나서 대한민국 독립의 희망이 담긴 임시정부 기념관을 봤으면 좋겠다. 임시정부 기념관이라는 희망의 공간에서 시민들이 무거운 마음을 풀고 희망을 가지고 돌아가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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