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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북 6차 핵실험과 중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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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31 23:34:31 수정 : 2017-04-11 17: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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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지형 바꿀 대사건
4강의 위기통제 먹통된 상황
한국 뺀 채 한반도 논의한다면
민족 불행의 역사 다시 닥칠 것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28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 분석 결과, “핵실험장 주(主) 지원단지 안에 70~100명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대형을 이뤄 모여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가 한층 짙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수차례 강력한 경고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의 첫 핵실험이 되는 만큼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미국 관리들의 언급에서 전례없이 강력한 제재가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궁금한 것은 중국의 선택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와 개발에 대한 레드라인(기준선)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북한 전문가는 “중국이 자체 설정한 레드라인은 없다”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중국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5차 핵실험까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해왔다. 그러나 독자제재는 반대해왔고, 6자회담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이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원유 지원은 계속 이어가고 있는 데서도 중국의 모호한 태도가 잘 드러난다.

실제로 현재 중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바라보는 2개의 상반된 기류가 존재한다. 첫째는 북한의 핵 개발을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카드가 중국에는 없으니 차라리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친중 정권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흐름이 하나 있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중국이 실질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북한의 핵 무장은 동북아에서의 핵무장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하는 기류가 또 하나 존재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동북아 안보지형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마지막 저지선은 북한 핵무기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돼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다. 6차 핵실험은 미국이 경고한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서는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무장을 근본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미국의 핵시설 선제타격에 따른 한반도 전쟁위기설의 핵심 논리다. 그러면 중국도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6차 핵실험으로 중국의 속내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6차 핵실험이 코리아 패싱(passing)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근 중국에 와서 어떤 얘기를 하고 갔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핵 시설 선제타격을 시사했다는 얘기도 있고,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경고했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가 또 하나 있다. 현재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물론 주요 4대 강국 간 위기통제 기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신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분명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 중국은 오리무중이고, 일본은 이를 이용만 하려 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우리를 뛰어넘어 중국과 미국이 우리 문제를 결정짓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가 빠진 채 외세가 우리의 문제를 결정한다면 어떤 운명을 겪게 될지는 역사가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청일전쟁 직후 1905년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가쓰라·테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가 시작됐고, 1945년 2차대전 이후 얄타 회담, 포츠담 선언, 모스크바 3상 회의 등을 거치면서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됐다. 그래서 이미 현실이 된 북한 핵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우리의 현재 상황이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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