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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가짜뉴스, 뉴스 소비자가 나서 추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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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6 01:21:58 수정 : 2017-04-11 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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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뉴스보다 관심 끌기 쉬워
대선 정국 속 양산될 가능성 커
뉴스시장 공룡 포털뿐 아니라
소비자가 외면해야 사라질 것
20년 전만 하더라도 늦은 시각 편집국에 문의 전화가 제법 걸려왔다. “김동완 기상통보관이 방송국 소속이냐, 기상대 소속이냐”와 같은 그런 질문들이었다. 술자리에서 누구 말이 맞느냐를 놓고 언쟁이 붙으면 언론사로 물어오곤 했다. 손바닥 모바일로 실시간 정보 확인이 가능한 세상에서 그런 전화는 더 이상 걸려오지 않는다. 뉴스 소비패턴 자체가 변했다. 논쟁을 종결짓던 “신문에 나왔더라”, “방송에 나왔더라”는 말은 이제 “네이버에 떴더라”로 바뀌었다.

올드 미디어의 몰락을 누가 멈출 수 있을까. 뉴미디어로 거듭나고 거대 플랫폼에 올라타는 게 숙명이다. 네이버의 선택을 받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기 위해 애쓰는 언론사들 노력은 안쓰러울 정도다. 기자들이 발바닥 아프게 뛰어다닌 결과물은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게다가 뉴스를 가장한 ‘가짜뉴스(fake news)’마저 판을 치고 있다. 뉴스 자체가 의심받는 세상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할딱할딱 숨 쉬는 물고기가 된 듯한 느낌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과거에도 ‘가짜’ 뉴스는 있었다. 유언비어와 지라시와 같은 형태로 거짓 정보가 유통되었다. 요즘 문제가 되는 ‘가짜뉴스’가 이들과 다른 건 기존 언론의 기사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짓 팩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실수나 팩트 확인 미흡으로 빚어진 기존 언론의 오보와도 다르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렸다는 문재인 대선후보 비난 글은 그래서 가짜뉴스가 아니라 악의적 유언비어일 뿐이다.

가짜뉴스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게 지난해 미국 대선이다. 당시 가짜뉴스가 주류 언론 기사보다 훨씬 많이 소비됐다. 버즈피드가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뉴스들을 분석했더니 주류 언론사의 인기 뉴스 20개가 공유되거나 댓글 달린 횟수는 736만건인 반면에 가짜뉴스 20개는 871만건의 관심을 받았다.

5·9 장미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판세를 뒤흔들 조짐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 뜻을 접는 데에도 가짜뉴스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후보 아들의 10여년 전 취업 특혜 논란이 재연된 것도 중앙선관위 가짜뉴스 단속 방침이 계기가 됐다. 선관위가 문 후보 아들 관련 기사에서 ‘공무원’이나 ‘1명 지원에 1명 합격’과 같은 허위 팩트를 담으면 가짜뉴스로 단속하겠다고 밝히자 포털사이트에서 ‘문재인 아들’이 상위 검색어로 떠오른 것이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와 구별하기가 어렵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3월 전국 성인 남녀 1084명을 대상으로 진짜 뉴스 2건과 가짜뉴스 4건을 섞어 진위를 가리게 했다. 그랬더니 6건을 모두 정확히 가려낸 응답자는 1.8%뿐이었다. 24년째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가짜뉴스 한 건을 진짜 뉴스로 착각했을 정도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읽더라도 가짜뉴스에 현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판 없이 뉴스를 수용하는 이들이야 어떻겠는가.

우리나라에서 뉴스는 대부분 포털사이트를 통해 유통된다. 포털과 뉴스제공 계약을 한 언론사만 100여개이고 검색제휴 계약 언론사는 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모바일 초기화면에 자사 뉴스를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실시간 경쟁을 한다. 뉴스 소비자 4명 중 3명이 어느 언론사 것인지조차 모르고 기사를 접할 정도다. 그만큼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차단할 포털 측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포털 측은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면피하기에 급급하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불량식품이 심각한 문제가 된 적 있다. 불량식품을 추방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다. 연구자들이 불량식품을 분석해 명단을 작성해 알리고 정부는 규제 기준을 마련했으며, 소비자들은 사회적 운동을 펼쳐나갔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서도 뉴스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 읽어줄 소비자가 없다면 가짜뉴스가 발붙일 공간도 없다. 가짜뉴스를 보고 공유하기보다 삭제하고 차단하도록 목소리를 높여 가야 한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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