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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고려인, 고국서도 차별의 설움… 따뜻한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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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8 09:00:00 수정 : 2017-04-07 2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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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광주시에는 다소 생소한 ‘고려인 마을’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광산구 월곡동에 고려인 40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때 수탈과 탄압을 피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러 옛 소련 연해주로 이주했던 우리 동포의 후손이다. 2000년부터 고려인 한두 명이 이주해 살다가 어느새 마을을 형성했다.

“고려인들은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왔지만 여전히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려인강제이주8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박용수(60) 위원장은 7일 “한 맺힌 삶을 살고 있는 고려인에게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17만여명은 1937년 9월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화물열차에 실려 황무지인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다. 올해는 강제 이주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광주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국내에 사는 고려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이들을 향한 잘못된 인식 개선을 위해 기념사업추진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박 위원장이 그 중심에 있다. 


박용수 추진위원장이 7일 고려인 FM 방송국에서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구성 배경과 활동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고려인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 고려인 학교 개교를 준비하면서다. 당시 광주CBS 본부장이던 박 위원장은 고교 영어 교사인 이천영 목사와 함께 고려인 자녀가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고자 후원자와 후원금 모금 활동을 주도했다. 박 위원장은 이런 인연으로 10년 만에 다시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다.

박 위원장은 “연해주는 1860년부터 국내에서 이주하기 시작한 이후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많은 사람이 옮겨간 곳으로 한때 임시정부가 들어설 정도로 우리와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제 이주 후에 삶의 터전을 일구던 고려인들은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른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 등 11개 국가가 소수 민족인 고려인들에게 차별정책을 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됐다. 박 위원장은 “이때부터 고려인들은 경제성장을 이룬 아버지의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온 고려인은 5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옛 소련에는 아직도 48만명의 고려인이 차별과 싸우며 살고 있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국내에서도 여전히 차별의 설움을 겪고 있다. 재외동포법이 동포를 이주자 3세까지만 적용하고, 고려인 특별법도 고려인을 러시아와 옛 소련에 거주하고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런 법 때문에 부모를 따라 국내에 들어온 고려인 4세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들은 동포가 아니라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고려인의 안정적인 국내 체류를 위해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려인 특별법 지원 대상을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박 위원장은 “법이 개정될 경우 고려인 4세들이 19세가 되면 부모와 동반비자를 받지 못해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들이 국내에서 법적 지위를 얻지 못해 취업은 물론 의료, 교육, 주거 등 각종 분야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광주 월곡동에 고려인 마을이 형성된 데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고려인 방송국 개국 등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어서다.

2007년 1월 고려인 마을이 있는 광산구 평동에 다문화 자녀 무상학교인 새날학교가 문을 열었다. 새날학교에는 고려인 자녀 등 100여명이 무상으로 다니고 있다. 새날학교가 입소문이 나면서 고려인들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9월 고려인 마을이 있는 월곡동 반경 5㎞ 이내에서 청취할 수 있는 ′고려 FM′ 방송국도 개국했다. 고려인 마을의 뉴스와 구직, 문화 등 다양한 정보를 소개해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기념사업추진위는 이번달부터 매월 한 차례 고려인 방문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매달 넷째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고려인마을에서 학술포럼과 문화행사, 연극, 고려인 영화제, 사진전, 음식체험 등 기념행사와 더불어 특화거리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광주=글·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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