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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건(1928~1988)


체험을 시에 반영하는 데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체험의 객관화와 감정의 조절이다. 체험을 다루다 보면 쉽게 흥분되기 때문이다. 하여 필자는 시를 쓸 때 직접경험보다는 간접경험과 상상, 허구를 활용할 때가 많다. 6·25 체험을 시로 다양하게 승화한 예로 전봉건 시인만 한 사람이 없다. 그는 전쟁에 직접 참가해 부상을 입고 전역을 한다. 이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를 모더니즘 기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름답게 써낸다.


김영남 시인
인용시는 6·25전쟁 시 명성을 날렸던 미군 F86 세이버 전투기가 기총소사한 풍경을 묘사한다. 기총소사로 인해 포연이 자욱한 산 능선의 풍경이 벌레를 잡기 위해 DDT 가루를 흔들어 뿌려놓은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시의 내용과 이미지의 전개가 당대의 주요 시인들의 작품에 비교하면 실험적이다. 전봉건의 시를 읽다 보면 이처럼 뛰어난 모더니스트 시인이 왜 아직도 잠들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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