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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베이비부머를 위한 공감과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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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1 01:14:04 수정 : 2017-04-11 18: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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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 송호근 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대한민국에는 715만명이 태어났다. 베이비부머 세대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일구어 낸 주역이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일등공신이다. 다음달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난 자부심만큼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진 맨 얼굴은 서글프다.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줄줄이 퇴직 중이다. 마땅히 갈 곳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생을 의지할 연금과 재산도 충분치 못하다. 신음하는 100만 청년실업자들을 등에서 내려놓지 못한 부모이기도 하다.

한 줄기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안 보이던 색깔 7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의 통찰력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동시에 베이비부머인 저자 자신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서울대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차를 운전한 대리기사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리기사는 중견 기업 부장출신이다. 저자보다 두 살 아래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나와 대리기사 간에 강한 심리적 연대감이 느껴졌다. 대리기사와 내가 동갑이다. 출신학교를 묻다 보면 내 친구의 친구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베이비부머 700만명의 체험이나 사정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아파트 마련, 자식 교육·결혼, 부모 봉양은 베이비부머가 피해 갈 수 없는 큰 짐이다. 저자의 서울 아파트 입성기를 읽다 보면 내 은행 빚 걱정이 투영된다. 자식교육, 부모님 봉양도 고스란히 내 경우와 닮은꼴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설혹 틀렸더라도 나만을 역성 들어주는 절친 말이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공감과 위로만은 아니다. 100세 시대를 헤쳐 나갈 삶의 지혜도 제시한다. 예컨대 퇴직 후 공적인 관계망이 소원해져도 친구 관계망은 더 단단히 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야 혼자 먹는 쓸쓸한 점심을 피할 수 있다.

5월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선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이다. 노인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령사회 진입이란 퇴직 후 홀로서기 생활이 더 길어졌다는 얘기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비단 베이비부머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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