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 송호근 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대한민국에는 715만명이 태어났다. 베이비부머 세대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일구어 낸 주역이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일등공신이다. 다음달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난 자부심만큼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진 맨 얼굴은 서글프다.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줄줄이 퇴직 중이다. 마땅히 갈 곳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생을 의지할 연금과 재산도 충분치 못하다. 신음하는 100만 청년실업자들을 등에서 내려놓지 못한 부모이기도 하다.
한 줄기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안 보이던 색깔 7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의 통찰력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동시에 베이비부머인 저자 자신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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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
서울대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차를 운전한 대리기사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리기사는 중견 기업 부장출신이다. 저자보다 두 살 아래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나와 대리기사 간에 강한 심리적 연대감이 느껴졌다. 대리기사와 내가 동갑이다. 출신학교를 묻다 보면 내 친구의 친구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베이비부머 700만명의 체험이나 사정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아파트 마련, 자식 교육·결혼, 부모 봉양은 베이비부머가 피해 갈 수 없는 큰 짐이다. 저자의 서울 아파트 입성기를 읽다 보면 내 은행 빚 걱정이 투영된다. 자식교육, 부모님 봉양도 고스란히 내 경우와 닮은꼴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설혹 틀렸더라도 나만을 역성 들어주는 절친 말이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공감과 위로만은 아니다. 100세 시대를 헤쳐 나갈 삶의 지혜도 제시한다. 예컨대 퇴직 후 공적인 관계망이 소원해져도 친구 관계망은 더 단단히 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야 혼자 먹는 쓸쓸한 점심을 피할 수 있다.
5월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선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이다. 노인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령사회 진입이란 퇴직 후 홀로서기 생활이 더 길어졌다는 얘기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비단 베이비부머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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