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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외국인 입국 빗장 죄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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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1 01:20:14 수정 : 2017-04-11 18: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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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사망 40주기를 맞는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1935∼77년). 최초의 ‘아이돌 스타’답게 그는 총 1156차례 공연을 펼치며 인기몰이를 했다. 공교롭게 북미대륙 밖에서 공연은 단 한 번도 없다. 1957년 캐나다 공연이 해외공연이라면 해외공연이다. 세계 15억명이 봤다는 1973년 4월 ‘세기의 하와이 공연’을 한 걸 보면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다.

비밀은 매니저 톰 파커를 통해 풀린다. 엘비스는 1955년 파커와 계약을 계기로 미시시피주를 벗어나 미국 전역의 스타로 떠올랐다. 파커는 사업 수완이 아주 뛰어났다. 파커에 대한 엘비스의 신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파커 기획대로 선곡하고 노래했다. 파커가 동행하지 않는 공연은 아예 안 했다. 파커는 네덜란드계 불법이민자 신분이었다. 한 번 출국하면 재입국할 수 없었던 것. 해외공연을 기획하지 않은 건 당연했다.

미국 공항에서 겪는 입국심사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제복 차림에 무표정한 표정의 심사관은 분위기로 이방인을 압도한다. “왜 왔느냐”, “어디에서 얼마나 머무를 거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알던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몇 분은 그렇게 길게 느껴진다. 여권에 도장 ‘쾅쾅’ 찍히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요즘 파커처럼 출국을 자제하는 재미동포가 많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출국했다가 입국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합법적 취업 비자 소지자나 유학생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영주권자일지라도 음주운전이나 가벼운 범죄기록이 있으면 한국 방문을 자제할 정도다.

미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입국 빗장을 더욱 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외국인 입국심사 때 스마트폰 비밀번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누구와 통화하고 무슨 글을 올렸는지 확인하겠다는 것. 1929년 스무 살 파커가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가지 못했더라면 위대한 엘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가 없었다면 결코 그리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엘비스 말처럼 멤피스의 시골 가수에 머물지 않았을는지.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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