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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전술핵 진짜 재배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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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3 00:17:21 수정 : 2017-04-13 00: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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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억지수단될지 의문… 감정적 대응 금물 한반도 핵 재배치론이 미국발(發)로 다시 고개 들었다. 국내 정치인의 핵 무장론·전술핵 재배치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정부는 미국발 핵 재배치론에 대해선 어정쩡해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핵 재배치론이 가중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의 하나임을 잘 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고, 외부적으로는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핵 배치론의 논리도 나름 타당한 부분이 없지 않다. 

김청중 외교안보부 부장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핵 재배치가 가져올 후과다. 핵 재배치의 득실을 냉정하게 따져야지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정말 한반도가 불바다가 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핵 재배치는 결국 북한의 핵 보유 인정과 한반도 비핵화 포기를 의미한다. 1991년 12월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도 공식 폐기된다. 공동선언은 핵무기 실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는 평가도 있으나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명분이기도 하다. 핵 재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의 도덕적 명분과 정당성 상실을 가져온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1991년 미군의 핵 철수와 남북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배경에는 당시 미·소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있다. 협정에 따라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각각 30%, 38% 줄이기로 했다. 한반도의 핵무기는 전면 철수됐고, 유럽의 핵무기도 극히 일부만 남기고 미국 본토로 옮겨 폐기됐다.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균형 붕괴에 대해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중국은 더할 수 있다. 오산공군기지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1000㎞가 안 된다. 시속 1530 ㎞인 죽음의 백조(B-1B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한번 날면 40분이면 도달한다. 방어용 무기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도 대응하기 버거운 형국이다. 공격용 무기가 명백한 핵무기를 턱밑에 갖다놓으면 어떻게 될까.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이 보였던 일전불사의 상황이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있어서는 안 되지만 미·중이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무력충돌 할 경우 오산의 핵기지는 중국의 최우선 타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전술핵 재배치는 결국 동북아 역내의 상호 불신을 강화해 신냉전 구도가 고착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진다. 개점폐업 상태인 북핵 6자회담은 아예 문이 닫히든지, 열리더라도 논의 초점이 북핵에서 남북의 핵으로 옮겨가 갈등을 증폭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전술핵 배치가 국내외적 논란이라는 비용을 치를 만큼 군사적 효용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괌에서 평양까지 거리는 약 3400㎞다. B-1B로 2시간이면 소위 북폭이 가능하다.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의 핵미사일 탑재 전략잠수함이 활동 중이다. 유사시 언제, 어디서든지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얼마나 추가적인 억지력을 담보할지 의문이다. 핵 재배치는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방향일 수 있다. 미국의 핵 재배치론을 보도한 NBC방송이 가장 논쟁적인 행동방침(most controversial course of action)이라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김청중 외교안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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