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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 발목 잡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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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4 20:35:58 수정 : 2017-04-15 01: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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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 스캔들’로 궁지 몰리자 “총리직 걸겠다” 큰소리 부메랑 / 한번 뱉은 말 주워담을 수 없어… 우리 대선주자들 입단속 해야
“나와 아내가 연관돼 있다면 총리직도 국회의원직도 모두 그만두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월17일 국회에서 강한 어조로 내뱉은 말이다. 그의 아내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을 맡았던 초등학교 인허가와 국유지 헐값 매입 문제에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아키에 스캔들’이 불거지기 시작할 무렵 이를 조기에 잠재우기 위한 강경 발언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확신에 차 보였다.

하지만 이 한마디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이던 아베 총리의 발목을 지금도 잡고 있다. 야당은 ‘1강’ 체제를 구축한 아베 총리를 끌어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실제로 아베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를 생각하면 당분간 야당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7∼9일 NHK 조사에서 아베내각 지지율은 53%로 집계됐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도 38.1%로 최대 야당인 민진당의 지지율 6.7%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키에 여사를 국회로 불러 직접 설명하게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야당 측 요구는 무한반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무리끼리 어울려 다닌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아베 총리 주변에는 말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지난 4일에는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스스로 피난한 주민의 복귀 문제와 관련해 “본인 책임”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피해 주민을 지원하는 주무 장관이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또 기자가 ‘국가책임은 없느냐’고 묻자 “당신 나가라”, “다시 오지 마라”, “시끄럽다” 등의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다음날 표현이 지나쳤다고 사과했지만 사퇴하지는 않았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지난달 8일 군국주의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되찾아야 하는 정신”이라며 옹호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부활시키자는 것은 아니다”며 꼬리를 내렸다. 교육칙어는 메이지시대에 발표된 교육이념으로 효도 등의 내용도 있지만 핵심은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면 일왕을 위해 몸을 바쳐 온 힘을 다하라’는 부분이다. 그는 과거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아키에 스캔들의 당사자인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 유치원이 원생들에게 교육칙어를 외우게 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부분이 안 되는 것이냐”며 두둔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나다 방위상은 또 모리토모 학원의 법정 대리인을 맡았으면서도 이를 부인했다가 “기억이 잘못됐다”며 말을 뒤집기도 했다. 그는 야당의 사퇴 압력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어부바 시찰’로 물의를 빚었던 무타이 슌스케(務台俊介) 정무관은 지난달 8일 “장화 업계가 상당한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태풍 피해지역을 시찰하면서 장화를 준비하지 않아 수행원의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너갔다가 물의를 빚었다. 당시 그는 사과하고 위기를 넘겼다. 그런데 반년 만에 그때 상황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일으킨 논란 덕분에 관공서 등에서 장화를 새롭게 구입해 장화업계가 돈을 벌었다고 농담을 했다가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그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가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정치지도자라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것을 강요받는다. 예전 같으면 벌써 잠잠해졌을 듯한 ‘아키에 스캔들’이 아직까지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은 아베 총리가 “총리직을 걸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유대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탈무드에는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 때문에 걸려든다”는 격언이 있다.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격언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에게도 들려주고 싶다. 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저마다 수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 거짓말은 없는지, 허황된 이야기는 없는지 잘 생각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자신의 말이 제 발목을 잡지 않도록 말이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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