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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나눔, 거창한 것 아냐 … 우리 기술로 사랑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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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5 10:00:00 수정 : 2017-04-14 22: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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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지원 앞장서는 청수그룹 이인우 대표 “돕는다는 표현도 사실 좀 그래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누군가 할 일인데, 저희가 하는 것뿐이죠.”

최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청수그룹 이인우(46)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벌이는 “봉사활동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다”며 겸연쩍어했다. 청수그룹은 국내와 인도네시아, 일본에서 청수엔지니어링과 꾸밈건축, 인우홀딩스, 청수피티, 청수재팬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중견 에너지플랜트 업체다.

회사 직원들에게 처음 봉사활동 얘기를 꺼냈을 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대표는 직원 설득에 나섰다.

직원들과 함께 6년째 저소득가정 집 고쳐주기와 다문화가정돕기 활동을 펴고 있는 청수그룹 이인우 대표. 그는 “나눔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며 실천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나중에 형편이 되더라도 할 수 없을 수 있으니, 봉사할 수 있을 때 작게라도 시작해보자고 얘기했죠.”

이 대표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어릴 때 접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주변의 편견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른 아이가 우리말과 영어를 할 때는 괜찮은데, 우리말만 하면 놀림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정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무능력한 한국인 아버지와 힘든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자주 맞닥뜨렸다. 이 친구들은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지 못했고, 다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어린 나이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어 보였다. 다만 이 같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품게 됐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봉사활동과 다문화가정을 돕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설비 회사에 다니면서 한 봉사단체에 가입했다. 하지만 봉사를 하겠다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느날 5만원짜리 점심을 먹으면서 어려운 시설을 돕자며 회비 1만원씩을 걷더군요. 또 보육원에 옷을 보내자며 자녀가 입던 옷을 보내라는 일도 있었어요. 자기 자식에겐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입혀도 되지만, 다른 애들에게 헌 옷을 입힌다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처음 가입한 봉사단체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고난 후 그는 봉사에 대한 철칙을 세웠다.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몸을 움직여 남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0년 설비회사인 청수엔지니어링을 설립한 뒤 2012년부터 직원들을 설득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정신장애인들이 있는 시설을 찾아 세탁과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회사와 어울리는 봉사를 하는 것이 직원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집 고쳐주기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체적으로 주변에 있는 어려운 집을 수소문했지만 찾기가 쉽지 않아 회사가 있는 경기 구리시청에 소개를 부탁했다. 이후 매달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집을 찾아 창문을 교체해주고 지붕 수리, 벽지 바르기 등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 관련된 봉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가는 날에 수리를 마쳐야 하다 보니, 그 전에 일부 직원이 집을 방문해 필요한 자재가 무엇인지, 자재가 얼마만큼 필요한지 등을 미리 파악했다.

봉사활동을 하자, 직원들의 자존감도 더불어 높아졌다. “봉사활동을 한 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남을 도울 처지인 줄 몰랐는데, 봉사활동을 하니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는 답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다른 사람을 돕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 직원들의 복지를 돌아보는 기회도 됐다. 내부적으로 장학재단을 세워 직원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회사 규모도 점차 커져 설립한 지 7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전국에서 100위 안에 드는 에너지플랜트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 설비뿐 아니라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도 추진 중이다.

회사 수입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관련 단체에 수시로 성금을 내고 있고, 저소득층 가구 자녀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나눔이란 게 특별한 것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며 실천해야 할 가치”라며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가난한 가정이 늘고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데, 이를 최소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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