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은 주식을 양도하려는 주주가 외부인이 제시하는 조건대로 먼저 특정 회사나 주주에게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기존 경영자에게 회사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줘 경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다만, 우선매수권은 일종의 ‘선택권’일 뿐이며, 반드시 우선 매수하는 권리나 의무는 없다. ‘우선’이라고 이름 붙었으나, 전혀 우선 권한이 없는 모호한 권리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
반면 우선매수권을 보유했다면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우선협상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매물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있어서 우선매수권은 최고의 카드로 꼽혔다.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금호타이어는 리먼사태 당시 그룹의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후폭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010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또 2010년 채권단과 박 회장은 사재출연 및 경영정상화 과정 기여를 조건으로 우선매수권 부여 약정서를 체결했다. 약 5년이 지난 2014년 말 금호타이어는 정상화했고, 이제 다시 주인을 찾아주는 중이다.
그런데 채권단은 중국 업체 더블스타에게는 6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게 해놓고, 박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돈을 빌려오라고 했다. 우선매수권이 우선협상대상자와 같은 조건으로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실제 우선매수권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됐다. 박 회장이 사재 1100억원을 털어 넣고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말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의 주체가 ‘개인 박삼구’에 한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약정을 맺을 때 지배 회사가 없어 우선매수권 행사의 주체가 대주주인 박 회장밖에 없었던 점을 간과한 조치다. 기업 대주주의 희생 및 기여에 대한 대가로 경영권 회복 기회를 준다는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 은행연합회 준칙에 불과한 우선매수권은 그러잖아도 회사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해 논란이 많았던 제도다.
결과적으로 개인 박삼구는 돈은 내고 권리는 잃었다. “이러려고 우선매수권을 받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거면 채권단에서 애초 박 회장에게 사재 출연도 요구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싸움에서 웃는 자는 결국 더블스타뿐이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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