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다산(茶山)의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흠흠신서(欽欽新書)는 정약용이 곡산부사·형조참의로 재직 중 접했던 사건들을 정리한 조선시대 최초 형법이론서이다. 그는 오직 옛 글에만 능통한 사대부가 어느 날 갑자기 형벌을 관장하는 사목(司牧)이 되어 간사한 아전에 휘둘리는 일을 염려하였다. 이에 대명률 등 중국 법이론과 판례, 주요 사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여 초보 공직자들의 올바른 행동거지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철성 경찰청장 |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살리고 또 죽이는 것인데…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도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몰라…살려야 하는 사람을 죽여 놓고…어찌 편안해 하는가”(惟天生人而又死之…人代操天權 罔知兢畏…或生而致死之…尙恬焉安焉)
다산은 ‘삼가고 삼가는 것’(흠흠·欽欽)이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라 하였다. 경찰의 지난 과오는 이러한 다산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법집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은 데 있다. 앞으로 수사에 임하는 모든 경찰관들은 흠흠의 가르침을 가슴속 깊이 새길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증거를 샅샅이 살피고 법리를 심사숙고해 단 한 명의 무고한 죄인도 만들지 말라는 ‘법의 정신’을 온전히 실현할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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