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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정관정요 치도·대선후보 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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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8 02:05:12 수정 : 2017-04-18 0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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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탑’ 쌓는 대선후보들… 나라 미래도 거짓으로 열겠다는 것인가 / 거짓말하는 후보, 떨어뜨려야 나라도 바뀐다 ‘정관정요’(貞觀政要). 큰 정치인치고 이 책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금 세종은 판각해 책을 찍었다. 청 건륭제는 직접 서문을 쓰고, 일본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애독했다. 조선에서도 이 책만은 꼭 읽었다. 읽지 않으면 왕과 선비 노릇을 하기 힘들었다. 무슨 내용이 담겼을까. 치도(治道)에 관한 말이 빼곡하다.

위징의 말. “군주가 영명한 것은 널리 듣기 때문이며 어리석은 것은 편협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쇠락하고 피폐해지는 것은 천하를 얻은 뒤 마음이 교만 음란해지기 때문이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녹대의 화려한 옷을 불사르고, 아방궁의 넓은 궁전을 버리라. 높이 치솟은 궁전에서 멸망을 걱정하고, 누추한 집에서는 안락을 누린다.” “나무를 무성하게 키우려면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하며, 물을 멀리 보내려면 원류를 깊게 해야 한다.” 정관정요의 군도(君道)와 정체(政體) 편에 나오는 말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당 태종 이세민의 말. “잘못 지적을 꺼리고, 상대 얼굴만 살펴 바로잡지 않는 것은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길이다.” “군주와 신하는 물고기와 물의 관계다.” “백성의 이익을 해하여 욕심을 채우는 것은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다.” “치국은 나무 기르는 것과 같아 뿌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가지와 잎은 무성해진다.”

위징의 말과 비슷하다. 왜 그럴까. 모여 앉으면 늘 그런 말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신하의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으니 이세민도 대단한 인물이다. 임금과 신하가 훌륭하면 나라가 융성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세민 시대를 성세(盛世)라고 한다. ‘정관의 치’(貞觀之治)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런 이세민도 위징이 숨진 뒤 노망이 들었는지 고구려를 침입했다. 안시성 싸움에서 대패해 도망한 뒤 시름시름 앓다 3년 뒤 세상을 떴다.

“내가 대통령 적임자”라고 외치는 대선후보들. 왜 적임자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쏟아내는 공약들.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공짜 학교급식을 확대하고, 노인기초연금을 늘리고, 교통요금을 깎아 주고, 청년수당도 모자라 아동수당도 주고…. “해 주겠다”는 약속은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다. 돈은 얼마나 들까. 돈은 어떻게 마련할까.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실행 계획도 없다. 얼마나 황당했으면 재정 관료들이 헛웃음이나 칠까. 하기야 “집을 반값에 주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으니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보다야 낫지 않느냐.” 대선후보치고 국회에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냐”고 호통쳐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궁금하다. 스스로 만든 허튼 약속은 어찌 생각하는지. 강보 속 아이를 가짜 알사탕으로 속이는 것과 똑같다.

문모닝, 안모닝. 진영마다 아침이면 문재인 후보 때리기, 안철수 후보 때리기를 쏟아낸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도 의아하다. ‘아니면 말고’ 식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의혹을 제기했다면 해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답은 없다. “마, 고마해라.” 문재인 후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너나없이 똑같다. 의혹을 부풀려 쏟아내고, 없는 말을 만들고, 제기된 의혹은 뭉갠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인가, ‘거짓의 탑’을 쌓아 권력을 잡겠다는 것인가.

“그것은 정치과정”이라고도 한다. 한심한 말이다. 사탕발림 말과 거짓 위에 민주정치가 바로 설 수 있는가. 가지와 잎을 무성하게 자라게 할 뿌리가 썩어 들어가는 것을 당연시하는 말이다. 우리의 민주정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거짓의 탑’ 때문이다. 거짓으로 권력을 잡는 것을 정치라고 한다면 나라는 사기꾼판이 된다. 그런 의식이야말로 불살라야 할 적폐다.

정관정요에는 “거짓으로 상대를 치고, 환심을 사라”는 말은 없다. 이세민은 정직한 제갈량을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방현령의 대답, “정직하면 백성이 복종할 것입니다.” 정관정요 한 귀퉁이에 붙은 치도의 덕목이다. 정관정요에 남은 수많은 덕목을 제쳐두고라도 왜 대선주자에게서는 이런 작은 덕목 하나 찾아보기 힘든 걸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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