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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어설픈 구도… 그래서 더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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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8 21:33:32 수정 : 2017-04-18 21: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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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새로운 시작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서 시작되게 마련이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의 일생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함석공의 아들로 태어난 루소는 파리에서 말단 세관원으로, 통행료 징수업무를 맡아 생계를 꾸렸다. 그의 일과 대부분은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때 시간을 보내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류 화가들의 흉내를 내며 독학으로 화업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스승은 자연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당시 언론은 소박한, 어린애 같은, 원시적인, 민속적인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루소의 작품을 평했지만 근저엔 비아냥거림이 깔려 있었다. 행간에 소위 아마추어 화가에 대한 무시와 조롱이 버무려졌다. 제대로 그림공부를 안 했으니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129.9×200.7㎝ 뉴욕현대미술관)
실례로 루소의 유명한 작품 ‘잠자는 집시’를 보자. 잠든 집시여인 곁에 사자가 있는 풍경이다. 루소는 이 그림에 ‘아무리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도 지쳐 잠든 먹이를 덮치는 것은 망설인다’는 긴 부제를 달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어색한 그림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루소는 당시 성공한 아카데미 화가들이 이국적 풍경으로 사자를 주로 그린 것을 보고 자신도 한번 흉내를 내 본 것이다. 각각의 이미지 조합도 주류 화가들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어눌함이 오히려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비쳤다.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구도나 비례 등에서 말도 안 되는 그림의 ‘새로움’이었다. 아이로니컬하게 입체파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 영향을 주면서 루소는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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