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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샴페인 맛들린 한국인, 소비 증가율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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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9 06:00:00 수정 : 2017-06-28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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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와인 엑스포 독일 프로바인 2017 가보니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얼마전 지인들과 저녁 모임을 한 서울 강남의 한 등심구이 레스토랑 내부에 커다랗게 적혀있는 문구다. 와인 반입을 허용하고 비용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와인잔까지 서빙하는 것은 물론이다. 뿐만아니다. 전혀 와인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의 한 양꼬치 전문 음식점도 콜키지 프리에 와인잔까지 서빙해 깜짝 놀란적도 있다.

직장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소주와 맥주로 대변되며 부어라 마셔라하는 폭탄주 회식은 많이 줄었다. 대신 한 잔의 와인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레스토랑 와인값이 부담스럽다보니 각자 자기가 마실 와인을 가져와 콜키지 프리 음식점에서 와인을 즐기는 소위 ‘BYOB(bring your own booze)’ 모임도 많이 생겨났다. 이런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등심구이 음식점을 중심으로 콜키지 프리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고 레스토랑, 와인바들이 콜키지 프리 정책을 쓰는 곳이 많아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호텔 레스토랑도 콜키지 프리를 도입한 곳이 생겨날 정도다. 대표적인 곳인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그리츠(GREETS)와 삼성동 오크오드호텔 오크바 등이다. 그만큼 한국도 와인이 대중화됐다는 얘기다.

독일 뒤셀도르프 프로바인 2017 현장

이런 와인 소비 대중화는 세계 와인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한국 와인시장을 매력적인 마켓으로 바꿔놓고 있다. 이는 독일 공기업 메쎄 뒤셀도르프(Messe Düsseldorf)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최대 와인전시회 독일 프로바인(ProWein)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매년 3월 말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프로바인은 프랑스 빈엑스포(Vinexpo), 이탈리아 빈이탈리(Vinitaly)와 함께 세계 3대 와인전시회로 꼽힌다.

프로바인 2017 현장
프로바인은 전세계 생산자와 와인수입사들 만나 직접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곳이다. 뿐만아니라 세계 와인 시장의 흐름도 엿볼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회 기간동안 세계 와인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되고 전시장 곳곳에서 주제별 와인을 소개하는 심도있는 각종 세미나도 열려 와인업계 관계자들이 매년 이 행사를 찾는다. 기자도 3월 19일∼21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프로바인 2017 현장을 찾아 직접 찾았다.

프로바인 2017 리델 전시 부스
프로바인 2017 현장

이번 프로바인에서는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발표됐는데 바로 세계 와인시장을 평가한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ProWein Business Report assesses the International Wine Markets)다. 이 보고서는 프로바인과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이 공동조사한 것으로 전세계 와인분야 관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만들었다. 설문대상은 생산자, 와인도소매상, 수출·수입사, 호텔과 미식 레스토랑 종사자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 부문에서 홍콩, 스위스에 이어 3위로 꼽혔다. 이어 노르웨이 덴마크 미국 일본순이다. 더구나 미래 잠재력이 높은 시장부문에서도 한국은 러시아 홍콩 폴란드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브라질 중국이 한국보다 미래 매력도가 더 떨어졌다. 중국은 현재 거대한 와인 소비시장으로 발전했지만 정치·경제적 불안때문에 매력도는 한국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 진출하는 해외 와이너리들은 한국 시장을 테스팅 마켓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보다 시장 사이즈가 작아 안전하고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만큼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전에 한국 시장에 먼저 문을 두드린다는 얘기다. 

프로바인 2017 이탈리아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 전시 부스
한국 와인시장 매력은 샴페인 소비량으로도 확인된다. 프랑스 상파뉴양조자협회(Comite Interprofessionnel du vin de Champagne·CIVC)가 프로바인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샴페인 수입은 2014년 58만병에서 2015년 71만병으로 급증했고 2016년에도 82만5000병으로 확대됐다. 이는 와인생산국인 뉴질랜드(64만8000병) 포르투갈(50만2000병)보다 많다. 수입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전세계 1위다. 한국 시장에서 샴페인 소비가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상파뉴 양조자협회 Vincent  Perrin

프로바인 현지에서 만난 CIVC CEO 뱅상 페랑(Vincent  Perrin)씨는 “한국 와인소비시장이 성숙단계의 시작점으로 접어들면서 샴페인 소비가 상승 가도를 달리는 길을 탄 것 같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가 150주년을 맞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산업화로 빠른 성장이 이뤄지면서 한국인의 식습관과 술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 점도 샴페인 소비 증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샴페인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하면서 샴페인 생산자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샴페인 생산자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입업체를 찾아 나서고 있다. 전에는 한국 시장 이벤트에 관심도 없던 생산자가 한국을 직접 찾을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샴페인은 비싼 와인에 속한다. 오죽하면 ‘샴페인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는 우스갯소리 까지 생겨났을까. 이는 샴페인 하우스가 무려 1만6000개 달하지만 아직 가성비 좋은 샴페인들이 한국에 많이 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 수입되는 샴페인 종류가 450종에 달하지만 한국은 100종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세계 3위 샴페인 소비시장으로 2016년 1094만9000병이 수입돼 한국과 비교하면 시장 볼륨이 13배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 시장이 샴페인 생산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수입되는 샴페인 종류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뱅상 페랑 회장은 “사실 한국 시장은 아직 샴페인이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될 수록 다양한 샴페인이 수입되고 가격도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프로바인 2017 샴페인 포럼 시음 와인들
프로바인 2017 샴페인 라운지 프로바인 제공
이번 프로바인에서도 샴페인 라운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샴페인 섹션의 중앙에 만든 샴페인 라운지에는 샴페인 하우스 150여개가 출품했고 이중 유서깊은 샴페인 하우스도 40여개에 달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샴페인을 시음하고 생산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한국의 수입사와 소믈리에들을 비롯한 많은 방문객들이 샴페인 라운지를 찾았다.
프로바인 2017 샴페인 포럼 현장

프로바인 글로벌 헤드 Marius Berlemann
한편 1994년 첫선을 보인 프로바인은 최근 규모가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3대 엑스포중 가장 중요한 전시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프로바인 2017에는 전 세계  60개 국에서 와이너리 6300곳이 참가했고 엄선된 400여종의 스피릿이 소개됐다. 프로바인 글로벌 헤드 마리우스 베를레만(Marius Berlemann)씨는 “프로바인이 24년째 열리고 있는데 일반인 입장을 허용하는 다른 엑스포와 달리 철저하게 와인산업 종사자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한 점이 바로 성공 요인이다. 그만큼 전문성을 높여 다른 엑스포와는 차별화 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와인 트렌드로 바이오 다이나믹과 포도를 이용해 만드는 수제맥주와 스피릿, 샴페인의 인기 상승을 꼽았다. 

뒤셀도르프=글·사진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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