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들은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라이프’는 우주 탐사라는 미래를 담고 있고 ‘컨택트’는 미지의 문명과의 조우를 다룬다.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우주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한 흑인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한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는 미국의 저력을 그리고 있다. 영화 ‘파운드’ 역시 별 볼일 없던 믹서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회사인 맥도날드 경영자로 성공하는 신화를 보여준다. 과거를 담고 있되 꿈과 희망을 제공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객석에 감동을 안겨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영화의 흥행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을 건네는가와 연관이 있다. 영화 ‘핵소고지’는 오키나와에서 홀로 수많은 부상병을 구한 실제인물 도스의 활약을 그리며 미국의 우월함을 전한다. 2009년 제작된 ‘챈스 일병의 귀환’에서는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실제인물 챈스 일병의 유해 운구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전사자에 대한 예우와 유해에 깊은 조의를 표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나리오 구조도 탄탄하다. 할리우드는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제작사를 소유하기도 한다. 영화에 있어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생명과도 같다. 할리우드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유사한 패턴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면서 관객을 모으는 데 실패한다.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관객을 모을 수 있다.
한국영화는 과거에 비해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과거보다 미래를, 절망과 비관보다 희망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내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에 잠식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세계시장에 상업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 이유를 보면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을 볼 수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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