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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1, 2차 TV토론 압도 / 지지율 뒤져도 정책·소신 뚜렷 / 패배해도 새 보수 깃발 들어야 / 대선 이후 역할 공간 넓어질 것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지지율 1, 2위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유력하겠지만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는 귀신도 모른다. 변수가 많다. 터지면 초대형이 될 김정은·트럼프발 안보 변수는 판을 뒤엎을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보수표의 최종 기착지도 미정이다. 2030, 5060의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지지율 1, 2, 3위 후보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후보 유세 차량은 시끌벅적하고 TV 신문 광고는 화려하다. 선거용 실탄도 두둑하고 주변에 사람도 득시글거린다. 4, 5위인 심상정·유승민 후보 선거전은 가난하다. 후보가 포장마차 간이의자에서 끼니를 때우고 선거운동원은 대형 유세차 대신 장난감 같은 스쿠터로 골목을 누비는 처지다. 정책 공약 홍보도 SNS로 전파하고 있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4, 5위 후보의 숨통은 TV토론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TV 토론을 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1차 토론 이후 당 지지도가 높아지고 후보 인기도 올랐다. 노동자와 소수세력 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의 호소력이 강하다. 2차 토론서도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심상정 지지도는 상당 부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것과 겹친다. 진보진영 표를 야금야금 뺏어가는 심상정의 분전은 선두 문재인에겐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차 토론에 이어 2차 스탠딩 토론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언론은 그가 대선 토론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터넷에서도 가장 잘했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북한 주적 논란, 사드배치 혼선, 군 복무기간 단축, 전술핵무기 배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햇볕정책 등 안보 이슈를 두고 1, 2위 후보의 허점과 미봉책, 당과 후보의 노선 차이, 오락가락한 입장을 들춰내고 뒤흔들었다.

유승민은 나라를 지키는 안보와 나라를 살리는 경제 이슈에 대해 ‘예민하게’ 접근했다. 일부 후보는 기재부 국장 같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지도자에겐 유승민류의 철저함이 필요하다. 중국·일본 지도자들은 19세기 중반 동북아가 외세에 침탈당할 때부터 국익을 위해 그런 예민함과 철저함을 갖췄다. 그런데도 우리 지도자들은 유교적 가치관에 매몰돼 정책에 대한 치밀한 접근을 소홀히 한 게 사실이다.

심상정이 진보주의자로서 왼쪽에 포진한 지지자들을 겨냥했다면 유승민은 중도와 오른쪽 보수층에게 보수주자로서 확고한 메시지를 주었다. 유승민의 선전은 보수표를 모아 양강 구도를 만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TK(대구경북)표를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는 위험신호다.

지난해 미국 대선과 23일 투표하는 프랑스 대선은 TV토론을 거치면서 판세가 출렁거렸다. 도널드 트럼프는 출발할 때 1% 안팎의 지지를 얻었지만 TV토론에서 쟁쟁한 공화당 후보들을 한 명씩 제치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프랑스 대선도 몇 차례 TV토론을 하고 난 뒤 1위에서 4위까지 혼전 양상이 됐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다. 유승민은 두 차례나 TV토론의 승자가 됐지만 지지도는 2∼4% 제자리걸음이다. 유승민이 문제가 있는지, 한국민이 미국, 프랑스 국민과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유승민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심상정은 진보표만 흡수하면 되지만 유승민의 전선은 복잡하다. 바깥의 문재인·안철수와 한국의 미래를 두고 여한 없이 싸워야 하고, 당내 비토세력과 완주냐 연대냐, 후보 사퇴냐를 둘러싼 생존 차원의 전투를 피할 수 없다. 거기에 홍준표와는 보수적자 자리를 두고 숨막히는 일전을 치러야 한다. 다 만만치 않다.

현재의 지지율로 봐서 유승민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란 어렵다. 선거비용의 반을 보전받는 10% 득표율도 쉽게 장담하지 못한다. 눈보라가 와야 소나무의 지조를 알게 되고, 위기를 겪어야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했다. 5위면 어떤가.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보수의 품격과 가치를 지켜내는, 지고도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할 것이다. 새 보수의 깃발만 확실히 들면 보수에게도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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