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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신문 스크랩 15년 하다 보니 상식박사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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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3 06:00:00 수정 : 2017-04-22 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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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애독자’ 노규환 前 부산시청 방호원 “15년간 신문을 스크랩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식박사가 됐어요.”

지난해 말 부산시청 방호직 공무원을 정년퇴직한 노규환(61·부산 동래구 안락동)씨는 여전히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다름 아닌 방호원 근무 시절 습관이 된 신문 읽기와 스크랩, 색소폰 연습 때문이다.

노씨는 부산시청 방호원으로 입사한 이듬해인 2003년 1월 쉬는 시간에 한 신문의 사설을 읽다가 내용이 너무 좋아 오려둔 게 스크랩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노씨는 “좋은 내용인데도 한 번 읽고 나면 금방 잊어버려서 ‘스크랩을 해두면 두고두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노규환씨가 10년 전에 발행된 한 신문 기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시청 1층 현관을 관리하던 그는 배달원들이 신문을 한 부씩 두고 가 자연스레 신문을 접할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 그는 “신문에 관심을 갖고 읽다 보니 그 속에 알토란 같은 각종 정보가 무궁무진했다”고 말했다.

노씨가 현재까지 스크랩을 해놓은 신문의 분량은 라면박스로 50개 정도에 달한다. 낱장으로 치면 수십만장에 달하는 규모다.

스크랩 내용도 다양하다. 칼럼과 사설, 건강·법률·세무상식, 유머, 부부생활, 교육, 부동산, 사건사고 등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오려둔 신문 지면에 당시 느낀 점을 메모해 두기도 했다.

2008년 모 신문에서 ‘법정서 본 가정의 위기’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 중 ‘자식보다 배우자에 투자를’, 2006년 발행된 지하철 무가지에 실린 ‘쓰지도 않는 통신료 왜 청구하나’, 2008년 신문 기고문 ‘부끄러운 교통사고 사망률’ 등의 스크랩은 지금 봐도 좋은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그는 귀띔했다.

노씨는 부산시청 근무 도중 오려둔 신문 가운데 혼자 읽기는 아깝다고 생각되는 글은 주변의 동료에게도 건넸다. 그는 “좋은 정보나 뜻이 담긴 기사를 동료에게 건네면 ‘어! 이런 게 있었네, 나는 못 봤는데. 좋은 글 고마워요’ 하는 인사가 돌아왔다”며 “좋은 글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훈훈한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제 스크랩북 한 권을 쭉 훑어본 어떤 분은 ‘우와 이건 책 보는 것보다 낫네요. 진짜 요긴한 내용들이 많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늘 좋은 말만 듣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구석기시대같이 일일이 스크랩을 하느냐, 필요하면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되지”라는 핀잔을 들을 때도 종종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내도 스크랩 반대론자 중의 한 명이었다. 신문 스크랩을 시작한 지 4∼5년 되던 해 그가 퇴근해 집 앞에 도착했는데, 오린 신문기사 조각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신문조각이 가득 들어 있는 종이박스가 버려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자신이 고생해서 모은 신문 스크랩이었다.

스크랩을 주섬주섬 챙겨 집안으로 들어간 노씨는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내로부터 “제발 신문 좀 그만 오리세요. 온 집안에 신문조각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녀 정리해서 내다버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씨는 “아내에게 ‘생명처럼 아끼는 스크랩을 그렇게 함부로 취급할 수 있느냐. 치우더라도 물어는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며 부부싸움을 했다”고 말하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신문을 많이 읽고, 또 중요하다 싶은 것은 스크랩을 하면서 두 번 세 번 다시 보니까 누구하고 대화해도 막히지 않고 분야별로 지식이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며 ‘신문 스크랩’을 예찬했다.

노씨는 앞으로 신문 스크랩을 30페이지 안팎의 소책자로 발간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좋은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스크랩을 분야별로 분류해 뒷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소책자로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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