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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인프라’ 개념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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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4 01:15:53 수정 : 2017-04-24 01: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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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에 하드웨어만 의미 / 앞으론 소프트웨어 개념이 중요 / 규제 해소 통해 혁신 토양 만들고 / 문제해결 위한 사회 기반 다져야 예전에 ‘인프라’라는 단어는 도로나 교량 같은 사회간접자본, 즉 하드웨어를 의미했다. 사람들이 먹고살기도 힘들던 시절에 근대화의 선행 투자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게 한 예다. 인터넷 시대의 인프라는 빠른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했는데, 이것도 광케이블과 고속 무선통신 장비를 전국에 까는 하드웨어 투자였다. 창업 열기가 몰아닥친 후의 창업 인프라는 정부가 저렴한 공간 임차료와 초기 투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지원 정책은 민간 영역의 투자 생태계와 경쟁 구도를 만들거나 눈먼 돈을 일단 받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 풍부한 창업자금의 유혹으로 주요 인력이 이탈한 탄탄한 기술기업이 휘청거린 사례도 나왔다.

이러한 혼란의 원인에는 민간 영역에 맡겨야 할 인프라와 공공 영역이 맡아야 할 인프라의 차별성에 대한 혼선이 자리한다. 예전 산업화 시대의 인프라 개념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가상세계의 혁신과 실물세계의 로봇이 결합하면서 생산성 폭증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독일의 스마트 공장 사례를 보면 인류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폭증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자리 위기론이 출현했고, 작년 다보스포럼의 보고서는 세간의 우려를 데이터로 확인시켜 줬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던 시절에도 서울 명동의 환전소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격감했다. 중국에서 알리페이가 일상화되는 등의 핀테크가 확산한 때문이다. 핀테크의 등장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유럽의 은행원 중 10%인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렇게 과학기술 혁신은 직업의 성격이나 업무 내용을 크게 바꾸기도 하고 기존 질서를 파괴하기도 한다. 공유경제 개념을 자동차에 도입한 우버의 기업 가치는 현대자동차의 가치를 훌쩍 넘었고, 차량 보유 대수가 줄어드는 도시도 출현했다. 웨어러블 장치로 신체의 생체 데이터를 상시 수집하고 질병 유무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판단해 알려주는 무인진단법도 정교해지면서 실리콘밸리에 의료 분야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비노드 코슬라 같은 벤처 투자자가 의사를 위기의 직업으로 서슴없이 거론하는 근거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자와 직접 연결되는 온디맨드 사업 구조를 가진 넷플릭스나 에어 비엔비 같은 회사는 중복되는 영역의 기존 사업자와 태생적인 갈등구조를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한 야간 콜버스와 중고차 매매업 같은 스타트업이 규제의 벽에 부딪혀 이슈가 됐다. 그래서 혁신과 규제의 대립은 숙명적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 개념은 규제 해소 인프라와 문제 해결 인프라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

규제 문제를 과감히 해결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창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대책이 작동한다. 해킹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응책이 미미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관련 규제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반의 혁신을 가로막는 독소가 됐다. 창업가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투자자를 설득하더라도 개발과정에서 튀어나오는 복합적 문제에서 주저앉곤 한다. 기술적 문제일 수도 있고 마케팅 문제이기도 하고 법 제도에 대한 무지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유사한 문제를 분석해 본 경험과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문제해결사가 필요하다. 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문제 해결 인프라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수학적 방식으로 산업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산업수학이 인프라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자체 연구개발(R&D)을 갖춘 대기업에 비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에 이러한 지원이 중요하다. 국가나 지방정부는 창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민간 영역에 넘기고, 규제 해소와 공공재 성격의 문제 해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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