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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마돈나는 왜 로제와인 칼라푸리아에 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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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4 06:00:00 수정 : 2017-04-24 02: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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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장미빛깔의 로제와인 칼라푸리아
햇살이 따사로운 휴일 봄날. 팝콘처럼 활짝 핀 벚꽃은 상큼한 바람에 흔들리며 가끔 영화처럼 꽃비를 내리고. 여리여리한 순수함을 가득 품은 장미빛 와인이 담긴 글라스에 어느새 띄어진 벚꽃 한잎. 비강에서 폭발하는 섬세하지만 강렬한 자몽과 복숭아, 그리고 제비꽃 향. 칼라푸리아(Calafuria)와의 첫만남은 봄날 또 하나의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됩니다. 칼라푸리아가 이탈리아 3대 로제와인으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칼라푸리아는 이탈리아 동남부의 풀리아(Puglia)에서 빚어집니다. 풀리아는 동쪽으로 아드리아해, 동남쪽으로 에게해, 서쪽으로 타란토만에 접해있고 남쪽은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의 뒷굽에 해당하는 살렌토(Salento) 반도로 이뤄진 곳입니다. 와인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 톱 10 와인 관광지, 내셔널 지오그래피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관광가이드북 론니플래닛의 ‘꼭 가봐야하는 곳’ 톱 10에 선정된 곳이 바로 이탈리아 동남부의 풀리아입니다. 지난해 투스카니를 제치고 외국인들의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로 꼽혔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요.
칼라푸리아 출처=홈페이지

 가수 마돈나는 어느날 풀리아를 여행하던 중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첫 눈에 반해 소감을 영상으로 촬영합니다. 이를 인스타그램이 올렸는데 이 와인이 바로 칼라푸리아랍니다. 해안가 포도밭이 지닌 떼루아의 특성때문에 독특한 짠맛과 달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칼라푸리아는 토착 품종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100%로 만든 와인입니다. 
토마레스 와이너리 전경 출처=홈페이지

 칼라푸리아를 빚는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명가로 손꼽히는 안티노리(Antinori)가 풀리아에 세운 토마레스카(Tomaresca)입니다. 안티노리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자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1385년 지오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Giovanni di Piero Antinori)가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을 시작한 이래 26대에 걸쳐 와인을 빚고 있지요. 안티노리 가문은 1180년대부터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고 하니 무려 800년이 넘는 와인 양조의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토마레스카 포도밭 전경 출처=홈페이지

안티노리가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탈리아 와인을 부흥시킨 ‘수퍼 투스칸(Super Tuscan)’의 원조이기 때문입니다. 안티노리의 오너 피에로(Piero)는 1968년 친척 테누타 산 귀도(Tenuta San Guido)의 오너 마르케시 마리오 인치자 델라 로케타(Marchesi Mario Incisa della Rocchetta)의 요청으로 자신의 와이너리에 있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쟈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를 보내 수퍼 투스칸의 원조 사시까이아(Sassicaia)를 탄생시킵니다. 
사시까이아
수퍼 투스칸이 탄생한 투스카나 서쪽 해안가의 볼게리(Bolgheri)는 사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이탈리아 토착품종 산지오베제를 재배하기 적합하지 않았고 소금기 묻은 바닷바람 때문에 좋은 포도가 나올 수 없다고 여겨졌지요. 하지만 이들은 불가능을 딛고 카베르네 소비뇽 등 국제 품종을 심어 볼게리에서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냅니다. 안티노리는 이어 티냐넬로(Ti gnanello), 솔라이아(Solaia), 구아도 알 타소(Guado Al Tasso) 등 잇따라 수퍼 투스칸을  내놓으며 이탈리아 와인의 중흥을 이끌게 됩니다. 
토마레스카 와이너리 전경

 볼게리처럼 안티노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곳이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입니다. 관광지로는 유명하지만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와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를 생산하는 피에몬테, 투스카나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건조한 포도로 빚는 아마로네 등 이탈리아 3대 와인과 투스카나 끼안띠 클라시코, 볼게리의 수퍼투스칸 등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풀리아는 이에 비해 품질이 뒤처지는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 이탈리아 남부는 품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생산지라는 이미지가 큽니다. 시실리아와 풀리아 등 이탈리아 남부는 벌크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이탈리아 전체 와인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가 남부에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이탈리아 와인의 저장고’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지요.
토마레스카 와이너리 전경
풀리아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와인 생산량 1위로 전체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풀리아의 와인 재배는 매우 역사가 깊습니다. 기원전 8세기부터 와인을 빚기 시작한 곳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생산지역이지요. 구릉지역에 위치한 풀리아는 지중해의 영향을 받는 완벽한 재배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이탈리아 와인의 숨은 진주’로 불려져 왔답니다.

 이런 풀리아에서 실제 ‘진주’를 캐낸 와이너리가 안티노리가 이곳에 세운 토마레스카입니다. 안티노리 현 오너인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이 1998년 와이너리를 매입, 와인 고급화를 통해 저가 와인 위주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지우며 이탈리아 남부 와인의 르네상스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토마레스카는 안티노리가 인수하기에 앞서 훨씬 오래전부터 다른 이름으로 와인을 빚고 있었지만 품질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퍼투스칸을 만든 안티노리의 집념과 양조기술이 접목되면서 토마레스카라는 새이름을 달고 ‘제 2의 수퍼투스칸’로 거듭나게 됐다고 하는군요. 안티노리가 포도나무 양육 시스템을 발전시켜 숨겨져 있던 풀리아 고유의 떼루아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겁니다. 토마레스카는 프리미티보(Primitivo),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피아노(Fiano), 알리아니코(Aglianico) 등 풀리아에서 생산된 토착품종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주력하고 있습니다. 토마레스카는 전통적인 와인메이킹 스타일과 현대적인 포도재배기술의 조합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100% 자신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카 디 루포 와이너리 전경
 토마레스카는 현재  두개의 에스테이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카스텔 델 몬테 DOC(Castel del Monte DOC) 지역의 보카 디 루포(Bocca di Lupo)와 풀리아의 중심 살렌토 지역의 마세리아 마이메(Masseria Maime)입니다. 풀리아 북쪽의 카스텔 델 몬테는 신성로마제국 프리드리히 2세(1194~1250년)가 같은 이름의 성을 세운 곳으로 로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지요. 보카 디 루포는 ‘늑대의 입’이라 지역으로 이곳은 사냥으로 유명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반면 마세리아 마이메가 있는 살렌토 반도는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곳으로 17세기의 건물과 예배당 등 고대 건축물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만큼 토양과 기후도 달라 토마레스카는 매우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카스텔 델 몬테는 풀리아에서 가장 핵심적인 DOC입니다. 해발 340m의 고대 화산 지역으로 이곳은  많은 구릉지와 평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평지는 비옥한 석회질 토양이며 언덕은 백운석 토양으로 구성됐습니다. 마세리아 마이메가 있는 살렌토는 지중해를 끼고 있는 평평한 지대로 바로 옆 포도밭의 토양이 다를 정도로 다양성이 특징입니다. 
마세리아 마이메의 와인저장고
토르치코다


 토마레스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와인이 마세리아 마이메에서 빚는 토르치코다(Torcicoda)랍니다. 풀리아 와인 최초로 토르치코다 2008년과 2010년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선정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프리미티보 100%로 만든 진하고 남성적인 와인이지요. 자두, 체리 등 잘익은 붉은 과일향과 바닐라, 초콜렛과 같은 달콤함 잘 녹아 풍부한 아로마와 스파이시함이 복합적으로 느껴집니다. 프리미티보 품종은 미국에서 진판델이라 부르는데 토르치코다는 미국 진판델보다 좀더 우아하면서 과일맛과 산도가 더 높아 산뜻한 느낌을 줍니다. 
토마레스카의 브랜드 매니저 비토 팔룸보(Vito Palumbo)
한국을 찾은 토마레스카의 브렌드 매니저 비토 팔룸보(Vito Palumbo)는 “풀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라 강한 햇볕때문에 포도가 과숙하게 되지요. 너무 센 느낌의 와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더하기 보다는 덜어내는 작업, 즉 비우는 쪽으로 양조를 하고 있답니다. 포도가 과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찍 수확하고 낮은 온도에서 섬세하게 발효해 우아한 와인을 만들고 있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피에트라비앙카 Pietrabianca

‘이탈리아 남부의 체르바로’로 불리는 피에트라비앙카(Pietrabianca)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샤르도네 90% 피아노 10%를 블렌딩한 토마레스카의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입니다. 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꼽히는 안티노리 체르바로(Cervaro)를 벤치마킹했는데 영할때는 신선하게 즐길 수있고 장기숙성하면 리슬링 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산도가 잘 유지돼 15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합니다. 병에서 숙성을 할수록 복합미가 한층 더 짙어집니다. 흰 복숭아, 차잎, 달콤한 향신료, 바닐라가 잘 어우러져지며 우아한 아로마를 보여줍니다. 샤르도네는 프랑스와 헝가리산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피아노는 오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피에트라는 카스텔 델 몬테 지역의 입자가 큰 하얀돌이란 뜻으로 그만큼 광물성의 미네랄이 두드러집니다. 피아노는 고대 그리스 품종의 변종인데 ‘별들이 사랑하는 단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니 정말 낭만적인 이름이네요. 품종자체에 단맛이 약간 들어 있어서 일반적인 다른 샤르도네랑 다른 느낌을 줍니다.
네프리카(Neprica)
보카 디 루포(Bocca di Lupo)

 네프리카(Neprica)는 네그로아마로 60%, 까베르네 소비뇽 25%, 프리미티보 15%를 섞은 모던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자두나 체리 같은 후레쉬한 붉은 과일과 장미, 제비꽃향 그리고 후추의 스파이시함도 느껴집니다. 보카 디 루포(Bocca di Lupo)는 알리아니코 100%로 빚은 토마레스카 최고의 프리미엄 레드 와인입니다. 떠오르고 있는 남부 이탈리아 토착 품종 알리아니코의 농축미가 잘 살아있어 첫 향부터 강렬하고 복합미가 느껴집니다. 과실향, 발사믹, 자두향, 달콤한 초콜렛과 감초, 민트 등 다양한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탄닌이 처음에는 단단한 느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크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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