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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자유자본주의는 한국에 더 이상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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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4 21:44:05 수정 : 2017-04-24 21: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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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문제 스스로 못 풀고
지식인들은 좌파사고에 빠져
국민 교양· 문화자주성은 척박
통일은커녕 퇴행의 혼란 거듭
우린 어디까지 추락만 할 건가
자유자본주의를 달성하는 것은 힘들다. 여기에 제대로 안착한 나라는 드물고, 모두 선진국이다. 한국도 겨우 이 대열에 합류하는 듯했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해방된 나라로서 세계 경제학계에서도 설명하지 못하는 산업화를 이룩한 한국이 지금 심각한 자유자본주의 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자유주의는 개인을 중심으로 개별성이라는 이성과 창의를 전제해야 하는 것이고, 사회주의는 집단주의에 불과하다. 집단주의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자유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절대 필요하고, 이에 더하여 자본주의의 모순인 부익부빈익빈을 잘 넘어서야 자유자본주의를 구가할 수 있다. 그런데 남북 체제경쟁 상황과 북한의 질투(핵 개발과 군사주의)가 한국의 제4차 산업화로의 도약을 막고 있는 것이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한민족에게 남한만이라도 자유자본주의를 채택하게 한 것은 참으로 행운과 같은 것이었다. 제대로 먹고살고 출세하기 위해서는 과거급제라는 외길을 달려야 했고, 관료가 된 선비들은 당쟁을 일삼고 가렴주구로 백성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었던 나라 조선―. 산업은 농업밖에 없던 ‘보릿고개’의 나라가 비록 일제 식민지배를 거쳤지만 반쪽이라도 이만큼(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561달러) 온 것은 가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에 자유자본주의 정부가 성립된 것은 칼뱅주의라는 기독교 자본주의의 공이 크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은 미국에서의 독립운동과 유학생활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자유자본주의를 경험했고, 반공정책을 쓰면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자유(자유당)’와 ‘민주(민주당)’가 처음으로 크게 부딪친 사건이 4·19혁명이다. 이승만은 자신이 만든 자유민주주의 법에 의해 망명의 길을 떠났다. 역사는 종종 자기모순을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의 민주주의 속에는 후진적 집단주의(민중주의 혹은 대중영합주의)의 요소가 숨어있었고, 이는 농업의 후진성과도 결부돼 있었다. 자유자본주의는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지 않으면 결코 손에 쥘 수 없는 인류사의 고지(高地)이다.

대한민국헌법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혼합한 것은 소수 권력자의 횡포를 막고 국민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였고, 정부형태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짜깁기였던 것은 선진국 헌법의 좋은 점을 모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농업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나라가 글자 그대로 선진국 헌법을 실현하는 것은 혼란과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한국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갈등 속에 있다. 농업 이외의 산업이 본격화된 것은 5·16군사정변 이후였다. 말하자면 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이다.

아시아 대륙을 통틀어 농업농민국가가 산업기업국가가 된 것은 거의 없다. 농업은 아시아적 후진성을 대표했고, 대륙 전체는 거의 공산화되다시피 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만이 예외였다. 한국은 산업화(농업인구가 10% 미만이다)를 달성했고, 농업인구를 5%미만으로 줄여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지금 제동이 걸렸다. 자본주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좌파종북세력이 끼어들었다.

종래의 ‘잘살아보자’와 ‘기술모방’식은 통하지 않고, 선진국의 경쟁과 제동도 만만치 않다. 크고 작은 20∼30여개 재벌군을 육성하였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국민 다수가 대기업 직원이 될 수가 없다. 청년 일자리 부족은 이와 결부돼 있고, 비정규직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선진국 국민이면 갖춰야 하는 국민의 인문적 훈련(교양)과 문화적 자주성이 약해서 쉽게 ‘헬 조선’과 같은 자포자기에 빠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남한의 지식인들은 그동안 직무유기를 했다. 재벌들이 벌어온 돈을 나눠 먹고 대학이나 연구소 주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좌파적 사고나 반체제적 사고를 하는 것이 유능한 지식인인 양 행세했다. 결국 지식권력 엘리트들은 마르크스주의의 변종인 ‘민중민주주의’와 야합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구문화 모방과 짜깁기를 일삼았던 사이비 인문세력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자유와 창조는 함께 가는 것이고, 창조적이지 않으면 자유자본주의를 계속 구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적 정서모방과 기술모방주의와 연줄사회의 특성은 더 이상 한국의 몸체(문화용량)를 이끌어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민족은 지금 통일은 고사하고 ‘퇴행의 혼란’에 빠졌다.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얼치기 지식권력 엘리트들로는 선진국행을 수행하기 어렵다. 문화능력이 없으니까 거꾸로 고유문화를 비난하고, 체계화도 없이 중구남방으로 떠들어대고, 국민적 심리상태는 ‘남의 탓’ ‘저주의 문화’ 늪에서 허우적대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백년 전에 근대문명을 자기화했다. 이 말은 자신의 전통과 근대를 통합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일본은 인문적(文史哲·문사철) 단계를 넘어 제국을 경영하는 철학적·인류학적 단계에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사대식민지적 단계에 있다. 제2의 경제대국이라고 떠드는 중국도 실은 선진국으로의 실험 중에 있다. 한민족은 통일과 함께 선진국을 노리다가 그만 후진국 병이 도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강대국의 흥정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마저 있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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