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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에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이…딸과 제조사의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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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5 10:37:47 수정 : 2017-04-25 14: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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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 문구 아래에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이 담겼다면 자녀 입장에서는 어떤 기분일까. 사진을 쓰도록 누군가에게 허락한 적도 없고 더군다나 흡연과 무관하게 돌아가셨다면 말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잉글랜드에 사는 조디 찰스(42)는 최근 집에 놀러 온 친구의 담뱃갑에서 재작년 66세 나이에 혈액암으로 숨진 아버지 사진을 발견했다.

경고 문구 아래의 사진은 세상을 떠나기 전의 아버지가 분명했다. 사진을 본 딸과 엄마도 각각 “할아버지다!” “우리 남편이잖아!”라며 소리쳤다.

조디는 아버지 사진을 쓰도록 누군가에게 허락한 적 없다.

잉글랜드에 사는 조디 찰스(42)는 최근 집에 놀러 온 친구의 담뱃갑에서 재작년 혈액암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는 아버지 사진을 쓰도록 누군가에게 허락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담뱃갑(왼쪽)과 생전 조디의 아버지(오른쪽).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유럽연합(EU)은 △ 담뱃갑에서 특정 상표의 디자인을 모두 없애고 △ 밋밋한 표면에 제품 이름만 써야 하며 △ 나머지 공간 65%는 혐오스러운 경고 사진으로 뒤덮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안을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등 다국적 담배 제조회사들은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초강력 규제가 흡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지침이라고 판결했다.

조디는 담배 제조사가 사진을 무단으로 병원에서 얻었거나, 병원 관계자가 가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넘긴 거라 주장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EU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담배 제조사와 병원 측 그리고 EU는 사진 속 인물이 조디의 아버지가 아니라며, 무척 닮은 탓에 그가 오해하는 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사진 속 남성이 조디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증거를 내놓지 않은 상태다.

조디의 의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담뱃갑과 아버지 사진을 든 조디.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조디는 “아버지께서 담배를 피우시기는 했지만 폐암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며 “마치 담배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배와 상관없는 질병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사람들이 담배에 찌들어 죽은 것처럼 오해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담당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관계자는 데일리메일에 “여성이 사진 속 남성을 아버지라고 생각하게 만든 상황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조사 결과 그는 여성의 아버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사진을 쓸 때는 당사자나 가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알린 계기가 됐다”며 “유사한 외모로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줬다는 조디는 만약 어디에서도 정당하게 사진을 썼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관련자들을 모두 고소할 생각이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담뱃갑에서 본다는 건 가족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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