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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유세현장에 연예인이 사라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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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6 21:48:19 수정 : 2017-04-26 21: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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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현장서 연예인 보기 힘들어
‘블랙리스트’, ‘적폐가수’ 논란 영향
정권마다 부침 지켜봐온 탓
지지후보 밝힐 수 있는 풍토돼야
5·9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주자들이 전국을 누비며 치열한 득표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영호남 대결이 없고 현직 대통령이 없고, 호남 출신 후보가 한 명도 없는 점에서 ‘3무 대선’으로 불린다. 그런데 유세현장에서 연예인 등 문화예술인을 찾아볼 수 없는 점도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많은 연예인이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자로 나뉘어 열띤 선거분위기를 만들었다. 당시 가수 설운도 현미 김흥국 등 트로트 가수들과 심양홍 박상원 등 중견 배우들로 이뤄진 연예인 부대는 박근혜 후보 유세현장을 동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래서인지 그땐 유권자들이 연예인 구경도 할 겸해서 유세장마다 몰려 선거 열기도 후끈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유세현장에선 연예인들을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후보들이 시·군 지역을 돌 땐 유세장에 사람 모으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연예인들이 유세현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여파 탓이다. 여기에다 얼마 전 가수 전인권이 안 후보 지지를 밝혔다가 문 후보 진영으로부터 ‘적폐가수’로 집중 공격을 받은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다음달 공연을 앞둔 그는 잇단 예약 취소사태로 공연 일부를 취소해야 했다. 환갑이 넘도록 평생 노래만 해온 가수가 하루아침에 ‘적폐가수’로 몰린 상황을 지켜본 연예인들이 아예 입을 다문 것이다. 오해를 살 만한 정치행사는 아예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보수후보에 가까운 연예인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사물놀이 대가 김덕수, 소설가 공지영, 웹툰작가 윤태호 등 예술인 30여 명이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나 영화감독 임순례, 소설가 손아람 등 예술인 400여명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태해 논설위원
특정후보 지지자를 둘러싼 방송출연 논란도 있었다. 요리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코너에 출연 섭외를 받았지만 출연이 무산됐다. 문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KBS는 ‘제작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대선 공정성을 위한 조치라 해명했다. 그러나 황씨는 2012년 대선 때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가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도 방송을 계속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 소동도 연예인들이 선거판을 애써 외면하게 한 원인이 됐다고 한다. 한 중견가수는 “이번 대선에선 연예인들의 입조심이 더욱 심해졌다”고 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동료 연예인의 부침을 지켜본 탓이란 것이다. 그는 “(가수들은) 선거기간에 지지 후보 지원도 하고 부수입도 챙겨왔는데 이번엔 숨죽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을 앞장서 지적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문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가수 신대철은 “전인권은 적폐가수가 아니며 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도 전인권의 지지선언을 응원한다고 했다.

대선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 이견이 없다. 선두 후보의 책임이 크다. 평소에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외치다가 막상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들이 나오면 또다시 거꾸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상대 후보를 지지하거나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인사에 대한 상식을 넘은 디지털 테러를 ‘양념’ 정도로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지난 미국 대선 때 마돈나, 스칼릿 요핸슨, 메릴 스트리프, 로버트 드니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침없이 정치적 의견을 밝힌 데는 이들의 ‘수정헌법 1조’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을 국민 모두가 죄악시하고,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라는 공통된 인식이 그들에겐 있다. 우리에게도 지켜나가야 할 ‘헌법 21조’가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이지만 선거는 민주국가의 축제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연예인들의 침묵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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