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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쳐 당나라 몰아낸 신라 / 중국 믿고 국방 팽개친 조선 / 안보에 사익 앞세우는 대한민국 /‘값비싼 대가’ 피할 수 있을까 누란의 국가 위기 앞에서 세 나라를 떠올린다. 모두 한반도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하나는 한반도 3분의 1도 안 되는 영토를 가진 신라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의 전부를 가진 조선이다. 나머지는 반도의 절반을 차지한 대한민국이다.

이들 중 안보가 가장 튼튼한 나라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토와 인구에서 가장 뒤처지는 신라였다. 삼국통일의 대업은 그런 굳건한 안보 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물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다.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았느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신라의 안보의식을 깎아내릴 이유는 되지 못한다.

배연국 논설실장
당나라는 한반도를 신라에 순순히 내어주는 ‘착한 사마리아’가 아니었다. 당의 속셈은 고구려 배후에 있는 백제를 무너뜨리고 그 여세를 몰아 신라까지 병합하는 것이었다. 당 황제는 백제 멸망 후 귀국한 소정방에게 “내친김에 왜 신라까지 정벌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나라는 비록 작으나 군신이 하나가 되어 함부로 할 수 없었나이다.” 소정방의 답변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신라인들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다. 황산벌에서 첫 통일전쟁이 벌어졌을 때 김유신 장군의 조카는 홀로 백제군을 향해 돌진했다. 뒤이어 단기로 뛰어든 귀족가문의 청년은 목만 말안장에 매달린 채 돌아왔다. 그들은 나라를 위한 희생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여겼다. 당은 한반도를 집어삼키려 했으나 신라군의 애국 혼에 겁을 먹고 만주로 쫓겨났다.

거의 천년 후에 등장한 조선은 지배층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안보의식이 마비된 나라였다. 일본의 침략 위협이 계속되자 조정은 부랴부랴 성곽을 보수하고 병기를 손질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한 양반이 좌의정 유성룡에게 따졌다. “왜적이 날아서 강을 건널 수 없는데, 강 옆에 있는 성을 굳이 보수할 필요가 있느냐?” 괜한 일로 백성들을 고단하게 만든다는 지적이었다. 유성룡은 땅을 쳤다. “바다를 건너는 왜적이 이까짓 강 하나 못 건너겠는가!” 당시 조선의 안보관이 이런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병약한 조선을 비판할 자격이 눈곱만큼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불감증이 더 중증인 까닭이다. 조선의 안보의식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건국 이후 평화로 보낸 200년이었지만 대한민국은 고작 60여년이다. 그나마 조선에는 중국이라는 든든한 방벽이라도 있었다. 전쟁은 모두 북쪽에서 시작된 만큼 해양의 일본은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게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이다. 조선과는 달리 국토가 반으로 잘린 채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북쪽의 광포한 정권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우리의 목줄을 죄고 있다. 사드 보복이나 독도 영유권 망동에서 보듯 중국과 일본은 호시탐탐 우리를 넘본다. 이런 벼랑 끝 위기에서 국민들은 너나없이 천하태평이다.

그제 사드 장비가 반입된 경북 성주 시위현장에서 한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억울하고 원통해서 눈물밖에 안 난다”고 소리쳤다. 무엇이 할머니를 원통하게 했을까. 사드 배치는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쪽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성주에선 유독 반대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과 다름없다. 우려스럽다. 안보시설을 놓고 대선후보들은 정치 셈법으로 접근하고, 주민들은 이해타산을 따진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신라의 정신’보다는 사익을 앞세우는 ‘조선의 정신’이 활개 친다.

국가 안보는 땅덩이와 인구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신라처럼 작은 나라도 ‘큰 안보’를 가질 수 있고, 큰 나라도 ‘작은 안보’로 무너질 수 있다. 명나라와 넓은 강을 믿었던 조선은 끝내 전쟁의 참화를 겪고 말았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무비유환(無備有患)의 나라에 돌아온 값비싼 ‘안보 청구서’였다. 세계 최강 미국만 믿고 안보를 등한시하는 대한민국이 같은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있는가. 전쟁은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청구서로 돌아온다. 안보에는 절대 공짜가 없다.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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