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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전 세계 게이머 '열전' 시선집중 … 월드컵 뺨치는 '롤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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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9 11:00:00 수정 : 2017-04-29 10: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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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스포츠로 거듭나는 ‘e스포츠’/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인기/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경기장 찾아/국내팀 ‘SKT T1’ 운영비 年 70억원/구단가치, 프로야구단 가치에 버금/해외 스포츠업계 시장 진출 앞다퉈/호나우두도 e스포츠팀 인수해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관람객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T1 파이팅”, “KT 파이팅.”

팬들의 응원 함성. 숨죽인 채 경기를 지켜보다 결정적인 장면이 펼쳐질 때면 터치는 탄성과 한숨. 2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e스포츠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결승전의 열기는 여느 스포츠 경기 못지않게 뜨거웠다.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양팀선수들이 소개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모니터 밖으로 나온 게임

선수들이 공을 차거나 배트나 골프채를 휘두르는 ‘현실의 장면’을 보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경기장을 찾는다고 해도 ‘모니터 속의 장면’을 투영한 커다란 스크린을 지켜봐야 한다. 오히려 집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 보는 게 게임 상황을 이해하기 훨씬 쉽다.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그럼에도 경기 티켓은 예매 시작 당일 매진됐다. 관객들은 각자 응원하는 팀의 재킷을 입거나 플래카드를 들었고, 얼굴에 응원하는 팀의 로고를 ‘페이스 페인팅’ 하거나 머리띠를 두르기도 했다. 직장에 다니는 언니, 고등학생인 남동생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윤현화(24)씨는 “(T1 선수인) 말도 안되게 잘하는 페이커의 경기를 보고 팬이 됐다”며 “가족들과도 종종 롤을 한다”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개발사이자 경기를 주최한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롤 게이머들의 팬심이 대단하다”며 “선수들을 직접 보고 함께 호흡하고 싶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중국인 유학생 곽달(26)씨는 “중국에서 롤의 인기가 높다”며 “한국팀의 뛰어난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곽씨는 이날 SK텔레콤 T1과 결승전을 치른 KT 롤스터의 팬이다. KT 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일부 선수는 중국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 현지 인지도가 높다.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관람객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관객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20대가 주를 이뤘고, 초등학생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경기장을 찾은 40∼50대도 있었다. 특히 게임은 남성이 좋아한다는 일반적 견해와 달리 여성 관객이 절반을 넘어섰고, 데이트를 겸해 경기장을 찾은 커플도 상당수였다.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코스프레한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케릭터 인형들이 판매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이날 결승전은 경기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열기가 느껴지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롤 관련 캐릭터 상품은 대부분 매진됐고, 새롭게 판매를 시작한 팀 의상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e스포츠 글로벌 거대 산업으로

국내 e스포츠는 롤이 주도하고 있다. 28일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현재 국내 롤의 1부리그 프로팀은 모두 10개로 이 중 SK텔레콤(T1), KT(롤스터), 삼성(갤럭시), BBQ(올리버스), 진에어(그린윙스터) 콩두컴퍼니(몬스터), 롱주TV(게이밍) 등의 기업이 팀을 보유하고 있다.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소개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이날 우승을 포함해 롤챔스 6회, 세계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국내 최고의 명문팀으로 꼽히는 T1의 경우, 게임단 운영비만 연간 7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국내 리그에 쏟아붓는 금액도 100억원 이상이다.

e스포츠가 태동한 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의 대회와 중계가 시작되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등장한 2001년이다. 하지만 당시는 프로게이머라고 해도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글로벌 시장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금의 시장 규모는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e스포츠협회 김종성 홍보팀장은 “(2001년) 당시엔 상금도 몇억 정도에 불과했고, 기업들의 투자도 훨씬 적었다”며 “지금 일부 기업들의 팀 운영 규모는 프로 농구단 이상”이라고 말했다.

T1 최병훈 감독은 “스타크래프트 게임 시절에는 세계적인 열풍이었다기보다는 한국 위주의 시장이었다”며 “롤은 해외에서 인기도 많고 투자도 많이 이뤄지는 글로벌 게임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롤의 경우 한국, 중국, 유럽,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등 13개 지역에서 글로벌 대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롤드컵의 총 상금은 500만달러가 넘는다.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은 ‘도타2’와 FPS(1인칭 슈팅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로 재도약을 노리는 등 e스포츠 종목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롤과 같은 장르로 분류되는 도타2의 경우, 막대한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게임 상금 정보 사이트인 e스포츠어닝에 따르면, 도타2의 지난해 국제대회(인터내셔널 2016) 총 상금은 2077만달러나 된다.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스 결승전`에서 관람객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인천=남정탁 기자

◆스포츠 업계, e스포츠 진출 러시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스포츠업체들이 e스포츠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015년엔 터키의 유명 스포츠클럽인 베식타스JK가 롤 게임단을 창설했고, 2016년엔 독일 분데스리가의 FC샬케04가 롤팀인 엘리먼츠를 인수하며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이후 스페인 발렌시아FC와 포르투갈 축구팀 스포르팅 클루브 드 포르투갈 등이 속속 e스포츠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월엔 축구황제 호나우두가 브라질의 e스포츠팀을 인수하며 화제가 됐다.

e스포츠단 운영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운영 수익, 브랜드 노출 등이다. 향후 선수 이적 시장도 커질 수 있다. 지난해 SK텔레콤 T1 선수단이 우승한 롤드컵 결승전 18개 언어, 23개 방송으로 생중계됐고, 4300만여명이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7차전의 시청자는 3080만명이다.

SK텔레콤은 T1 운영을 통해 한해 250억원의 브랜드 광고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구단가치는 프로야구단 가치에 육박하는 700억∼8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e스포츠 시장 조사기관인 뉴주는 ‘2017 글로벌 e스포츠 시장보고서’에서 e스포츠의 올해 시청자수는 약 3억8500만명을 기록하고, 2020년에는 5억9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인천=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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