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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트럼프·김정은 닮은꼴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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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1 22:40:19 수정 : 2017-05-01 22: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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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원 100명과 보좌진을 태운 7대의 버스가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한 비공개 대북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한 여정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이 대북정책을 설명했고 공동명의로 합동성명도 발표했다. 유례없는 형식이다.

대내외에 초당적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과 평가도 있으나 미국 매체가 전하는 분위기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공화당 일부 인사들조차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지 알 수 없다거나 설명회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거의 없을뿐더러 미국 정부의 대북 전략과 정책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의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미국의 상원의원들이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장면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김일성 주석 출생일(태양절·4월15일)을 이틀 앞둔 시점인 지난달 13일 “빅 이벤트를 볼 준비를 하라”는 북한 당국의 설명에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도 모르는 채 이른 새벽 숙소를 나섰던 외신기자들의 모습이었다.

체제가 완전히 다른 워싱턴과 평양에서 벌어진 일인데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뭘까. 나름 그 원인을 생각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묘하게 닮았기 때문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 모두 호전적이고 예측불가능성이 크다. 당장에라도 대북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처럼 위협을 고조시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은 북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과 유사하다. 미국 내에서 김정은의 행태 분석에 적용했던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을 트럼프에게도 대입하고 있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미치광이 이론은 상대에게 미친 사람처럼 비침으로써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한가지 더, 두 사람은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쇼맨십(showmanship)에도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부르짖으며 기존의 외교 관례와 정식 외교 채널을 무시한 채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탄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트럼프 연출·주연의 1인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하다. 트럼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은 그 내용과 형식 모두 무례하다. 미국 방송사의 취업 면접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생)’에서 구직자의 면전에 손가락질을 해대며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한 대목은 그의 무지와 한반도에 대한 매우 낮은 인식수준을 드러낸다.

미국과 북한에 우리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불편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과제일 텐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여의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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