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에 초당적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과 평가도 있으나 미국 매체가 전하는 분위기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공화당 일부 인사들조차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지 알 수 없다거나 설명회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거의 없을뿐더러 미국 정부의 대북 전략과 정책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의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
체제가 완전히 다른 워싱턴과 평양에서 벌어진 일인데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뭘까. 나름 그 원인을 생각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묘하게 닮았기 때문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 모두 호전적이고 예측불가능성이 크다. 당장에라도 대북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처럼 위협을 고조시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은 북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과 유사하다. 미국 내에서 김정은의 행태 분석에 적용했던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을 트럼프에게도 대입하고 있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미치광이 이론은 상대에게 미친 사람처럼 비침으로써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한가지 더, 두 사람은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쇼맨십(showmanship)에도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부르짖으며 기존의 외교 관례와 정식 외교 채널을 무시한 채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탄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트럼프 연출·주연의 1인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하다. 트럼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은 그 내용과 형식 모두 무례하다. 미국 방송사의 취업 면접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생)’에서 구직자의 면전에 손가락질을 해대며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한 대목은 그의 무지와 한반도에 대한 매우 낮은 인식수준을 드러낸다.
미국과 북한에 우리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불편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과제일 텐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여의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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