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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오늘은 우리 마을 빨래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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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7 13:53:16 수정 : 2017-05-07 13: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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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군자원봉사센터 ‘찾아가는 이동 빨래방’ 서비스
충북 영동군 황간면 남성리를 찾은 ‘찾아가는 이동 빨래방’ 앞에서 한울타리 봉사단 자원봉사자들과 빨랫감을 가져 온 어르신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 회색 담벼락 아래 화사하게 핀 봄꽃에 눈이 부시다. 평일 이른 아침 충북 영동군 황간면 ‘남성리 노인회관’ 앞 마당으로 어르신들이 속속 집결한다. 두꺼운 이불, 담요, 옷가지 등 세탁물이 이내 수북이 쌓인다. 이날은 영동군과 영동군자원봉사센터가 함께 운영하는 ‘찾아가는 이동 빨래방’ 차량의 세탁 서비스가 있는 날이다.

이동 빨래방 차량을 운행하는 영동군자원봉사센터 김성환 기사.
박옥남(88) 할머니가 보행보조기에 빨랫감을 싣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며칠 전 마을 안내방송을 통해 ‘이동 빨래방 서비스’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르신들이 일찍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다. 이불과 담요가 차곡차곡 순서에 맞게 쌓여 있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영동군자원봉사센터 황간면 봉사단체인 ‘한울타리 봉사단’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이 들기에 무거워 보이는 세탁물을 수거하고 날랐다.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고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오랜만에 모인 터라 이야기꽃도 피었다.

‘이동 빨래방’ 앞에 주민들이 가져온 두꺼운 이불, 담요 등 빨랫감들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 정겹다.
이동 빨래방 차량에는 세탁에서 건조까지 가능한 17kg 용량의 드럼세탁기 4대가 설치돼 있다. 군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김성환 기사는 “오전 9시30분에 첫 빨래를 시작해도 해질 무렵이 지나서 끝날 때가 많습니다”고 말한다. 겨울을 제외한 3월부터 11월까지 영동군의 11개 읍면, 230개 마을을 매주 월, 목, 금 주 3회 순회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한 개 면을 찾아가게 된다. 황간면에는 31개 마을이 있는데 이곳 남성리는 3년 만의 재방문이다.

이동 빨래방 세탁실 안에서 자원봉사자가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있다.
겨우내 사용했던 두꺼운 이불, 담요 등 어르신들이 가정에서 직접 세탁하기 쉽지 않은 대형 세탁물의 세탁뿐 아니라 수거 및 배달 서비스까지 한다. 한울타리 봉사단 신미선 회장은 혼자 살고 있는 박옥남(88) 할머니 댁으로 갔다. “커튼 한 번도 안 빠셨죠? 제가 걷어 드릴게요. 이동 빨래방이 왔을 때 세탁 하세요”라며 직접 커튼을 걷는다. 

신미선 봉사단 회장이 어르신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묻고 있다.
한울타리 봉사단 신미선 회장이 박 할머니 집을 방문해 커튼을 걷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댁을 방문한 손기정 마을이장은 안부를 묻고 도울 일이 없는지 집안을 살펴본다. 겨울이불을 개어 가지고 나왔다.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하는 봉사를 통해 또 다른 애로사항까지 함께 해소한다. 자원봉사자들이 깨끗하게 세탁한 이불을 빨랫줄에 너니 따스한 봄 햇살에 산뜻한 봄 향기가 물씬 피어난다.

자원봉사자들이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을 빨랫줄에 널고 있다.
충북 영동군 곳곳을 누비는 ‘찾아가는 이동 빨래방’ 서비스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동 빨래방은 체감형 복지서비스로 주민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1대로만 운영돼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영동=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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