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희궁갤러리] 파라오의 나라… 민중이 투영된 푸른색 얼굴

관련이슈 경희궁 갤러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03 01:11:30 수정 : 2017-05-03 01:11: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케말 유시프 ‘귀족’ 나치 독일은 현대미술과 추상미술을 ‘퇴폐예술’이라고 낙인찍었다. 이는 파시즘이나 권위주의 통치 권력의 공통된 현상이다. 식민통치와 군부통치의 이집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화예술 생산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진보적 예술인들은 저항에 나섰다. ‘현대미술그룹’은 자국의 토테미즘, 신화, 우화, 구전문학 등의 전통에서 자신들만의 시각적 담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설과 민담에 등장하는 고양이, 수탉 같은 동물들을 모티프로 활용했다. 나일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고양이와 새를 영적인 동물로 여겼다. 자신들의 작업에 일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억압과 빈곤도 녹여 냈다. 자연스럽게 초현실주의와 민중미술을 연상시키는 화풍을 만들어 냈다.

초현실주의는 1차 세계대전 대량학살의 비극을 겪은 서구 예술가들이 현실을 초월하고 자유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고자 일으킨 초현실주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차를 두고 초현실주의는 이집트는 물론 한국 등 비서구권으로 퍼져 나갔다.

 (47×38㎝, 샤르자 미술재단)
덕수궁미술관에서 7월30일까지 열리는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전은 제3세계 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서구의 예술 운동과 연관을 맺고 발전해 나갔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다.

그동안 서구 일변도의 시각은 비서구권을 ‘짝퉁’으로 보게 만들었다. 문화는 흘러가고 흘러오게 마련이다. 서구 주도는 긴 역사에서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문화는 끊임없이 융합되고 전파되면서 역사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비서구권의 문화적 독자성은 융합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미술도 서구권의 영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문화와 융합됐느냐에 방점은 둬야 한다. 서구미술도 주변국 문화를 융합시킨 산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집트 미술도 예외가 아니다. 우열과 짝퉁을 가리는 일은 문화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소치다.

현대미술그룹(1946~1965)의 일원이었던 케말 유시프의 작품 ‘귀족’은 푸른색 얼굴이 이색적이다. 눈동자는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얼굴은 측면으로 그린 것은 피라미드 벽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푸른색은 하늘을 상징한다 해서 신성시되어 왔다.

이집트 벽화에서 눈동자와 몸은 정면을 향하고 얼굴과 팔, 다리를 측면으로 그렸다. 파라오라는 절대자에 대한 정신적 숭배의 목적에서 비롯됐다. 푸른색 얼굴과 이집트 전통 미술구도의 융합은 초현실적이다. 강력한 기성 권위 타파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