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는 1차 세계대전 대량학살의 비극을 겪은 서구 예술가들이 현실을 초월하고 자유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고자 일으킨 초현실주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차를 두고 초현실주의는 이집트는 물론 한국 등 비서구권으로 퍼져 나갔다.
(47×38㎝, 샤르자 미술재단) |
그동안 서구 일변도의 시각은 비서구권을 ‘짝퉁’으로 보게 만들었다. 문화는 흘러가고 흘러오게 마련이다. 서구 주도는 긴 역사에서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문화는 끊임없이 융합되고 전파되면서 역사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비서구권의 문화적 독자성은 융합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미술도 서구권의 영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문화와 융합됐느냐에 방점은 둬야 한다. 서구미술도 주변국 문화를 융합시킨 산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집트 미술도 예외가 아니다. 우열과 짝퉁을 가리는 일은 문화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소치다.
현대미술그룹(1946~1965)의 일원이었던 케말 유시프의 작품 ‘귀족’은 푸른색 얼굴이 이색적이다. 눈동자는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얼굴은 측면으로 그린 것은 피라미드 벽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푸른색은 하늘을 상징한다 해서 신성시되어 왔다.
이집트 벽화에서 눈동자와 몸은 정면을 향하고 얼굴과 팔, 다리를 측면으로 그렸다. 파라오라는 절대자에 대한 정신적 숭배의 목적에서 비롯됐다. 푸른색 얼굴과 이집트 전통 미술구도의 융합은 초현실적이다. 강력한 기성 권위 타파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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