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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연휴 피크닉 갈 때 화이트 와인 리슬링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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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3 09:31:46 수정 : 2017-05-03 09: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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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와인 혁신 이끈 선구자 기셀브레슈트 햇살이 찬란한 ‘신부의 계절’ 5월이 시작됐네요. 기온도 많이 올라 나들이 가기에 참 좋은 때이지요. 더구나 올해 5월은 연휴로 시작돼 그 여느때보다 더욱 여유로운 한주가 되고 있습니다. 멀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지만 길막히는 도로가 짜증나고 싫다면 한강 고수부지 잔디밭이나 서울 숲 등 도심 공원의 피크닉도 5월의 햇살을 즐기기 안성마춤입니다. 피크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인입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를 느끼며 시원하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을 한모금 넘기면 힐링이 따로 없지요.

프랑스 알자스 윌리 기셀브레슈트 와이너리와 포도밭 전경. 출처=기셀브레슈트 페이스북
봄날에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중 하나가 리슬링(Riesling)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 지방, 오스트리아 등이 유명하죠. 리슬링의 아로마는 참 다양합니다. 기후가 서늘한 곳에서 자라면 흰꽃, 청사과, 레몬, 라임향이 많이 나고 더운 지역일수록 복숭아, 살구 등의 핵과일과 파인애플향이 풍부해진답니다. 페트롤향도 리슬링의 특징이지요. 풍부한 미네랄에서 오는 향인데 사실 리슬링의 패트롤은 와인이 지치고 힘들어서 나오는 것이랍니다. 실제로 영하고 프레쉬한 와인에서는 패트롤이 잘 안나타나는데 숙성이 진행될 수록 패트롤향이 강해집니다. 패트롤향의 유무로 리슬리의 품질을 논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 리슬링은 숙성되면 꿀향이 나기도 합니다. 또 토양도 석회암, 화강암, 점토질, 편암, 사암으로 다양해 같은 품종이라도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수 있지요. 리슬링이 ‘알자스 화이트 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와인들
알자스는 리슬링 뿐 아니라 피노 블랑(Pinot Blanc), 게브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피노 그리(Pinot Gris), 실바너(Sylvaner), 뮈스카(Musca)도 유명하며 전체 와인 생산의 95%가 화이트 와인입니다. 레드 품종으로는 유일하게 피노 누아(Pinot Noir)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사실 알자스의 포도 재배 역사는 무려 2000년이 넘는답니다. 서기 1세기 로마 군단이 포도 재배 기술이 전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알자스의 와인 역사가 오래된 것은 포도 생산의 이상적인 기후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알자스는 연중 강수량이 500∼600mm로 프랑스에 두번째로 건조한 지역입니다. 해발 1200m인 보쥬(Voges) 산맥의 숲 덕분에 습기를 포함한 바람도 차단됩니다. 특히 가을에 비가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는 ‘인디안 섬머’ 기후라 포도는 서서히 익어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아로마를 지니게됩니다. 토양은 그리 단단하지 않아 빗물 흡수가 잘되고 오래된 포도나무들이 뿌리를 5m이상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토양의 특성이 포도에 잘 녹아들게 되지요.

윌리 기셀브레슈트 와이너리 로고
알자스의 포도 생산자는 900여명, 포도밭을 소유한 와이너리는 200개 정도이며 1년에 1억병 정도를 생산합니다. 많은 생산자가 있지만 목넘김이 부드러워 테라스에서 봄햇살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통적인 알자스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기셀브레슈트(Gisselbrecht)입니다. 17세기 오스트리아에서 흑사병을 피해 이주한 윌리 기셀브레슈트(Willy Gisselbrecht)가 세운 이 와이너리는 신선하고 과일향과 아로마가 풍부하며 오크를 사용하지 않은 전통적인 알자스 와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와이너리 초기 병입 작업장 모습 출처=기셀브레슈트 페이스북
기셀브레슈트는 알자스의 와인의 혁신을 이끈 와이너리이기도 유명합니다. 17세기 알자스의 생산자들은 대부분 배럴째 벌크로 와인을 팔 정도로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셀브레슈트는 와인의 품질을 높여 지역에서 최초로 병에 담아 팔기 시작하면서 알자스 와인의 품질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셀브레슈트가 알자스 와인의 선구자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또 2차 대전 후 많은 농가들이 옥수수, 밀 등 다른 농작물 경작에 집중할때에도 오로지 와인 양조에만 몰두해 와인 명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갔습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그랑크뤼 포도밭 프랑크스타인 출처=기셀브레슈트 페이스북
기셀브레슈트 일가는 알자스 지역의 와인가도 중간에 있는 당바크 라 빌(Dambach-la-Ville)의 포도밭 17ha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레옹(Leon)과 아들 필립(Philippe), 끌로드(Claud) 형제가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필립은 부르고뉴, 샹파뉴, 보졸레의 와이너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기셀브레슈트의  와인메이킹을 이끌고 있고 동생 끌로드는 알자스와 파리에서 와인, 스피릿 전문 영업, 마케팅을 공부한 뒤 기셀브레슈트의 경영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량의 50%는 프랑스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독일,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수출합니다.  

자신의 와인과 포즈를 취한 윌리 기셀브레슈트 오너 일가 끌로드
최근 한국을 처음 찾은 끌로드를 서울 경리단길 와인성지로 소문난 르물랑에서 만나 기셀브레슈트의 양조 철학을 들어봤습니다.  기셀브레슈트 와인은 현재 르셀리에가 단독 수입합니다. “기셀브레슈트는 알자스 고유의 색깔을 지닌 와인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알자스 고유 포도 품종으로 최상의 상태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각의 품종에 맞는 토양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기셀브레슈트는 또  많은 연구를 통해 음식과 페어링이 좋은 알자스만의 와인을 만들어내 이를 전세계에 알리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알자스에서는 파워풀한 와인도 많이 나오는데 우리는 아주 우아하고 섬세하며 너무 무겁지 않고 과일향을 잘 표현한 와인들을 만들기 때문에 음식과 매칭이 잘되지요.” 

알자스의 생산자들은 요즘 큰 고민거리가 두가지 생겼다는 군요. 바로 지구 온난화와 해충의 습격입니다. 갑자기 더워지거나 추워져서 지난 5년간 포도재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알자스 뿐아니라 2016년 프랑스 상파뉴, 부르고뉴, 보르도 우안쪽은 25년만에 가장 심한 서리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생테밀리옹과 포므롤 쪽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알자스의 2015년은 기후가 너무 좋아 포도가 과숙되면서 당분이 높아졌어요. 발효를 다하면  알콜 도수가 높아지고 덜 발효하면 당도가 높아져 밸런스 맞추기 매우 어려웠지요. 포도가 너무 익으면 산도가 떨어지기때문에 2주 정도 전에 수확해에 하는데 조기 수확하면 양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시아에서 옮겨온 스즈키 플라이라는 파리랍니다. 암컷이 포도에 알을 보통 300개씩이 낳아 버려 포도를 먹어 해치우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네요. 

윌리 기셀브레슈트 리슬링 그랑크뤼 프랑크스타인
기셀브레슈트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를 잘 맞춰 드라이하면서도 푸르티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산도와 미네랄이 20년이상 잘 살아있는 고품질 와인도 빚고 있지요. 기셀브레슈트를 대표하는 이런 플레그십 와인이 리슬링 그랑크뤼 프랑크스타인(Franckstein)입니다. 그랑크뤼 포도밭 프랑크스타인의 리슬링 100%인 이 와인은 신선하면서도 구조감이 매우 뛰어난 와인입니다. 깊은 복합미와 함께 패트롤, 스파이시, 미네랄이 많이 느껴지고 스모키한 노트도 올라옵니다. 생선, 씨푸드, 굴, 스시 등과 궁합이 좋습니다. “아버지가 보관하는 30년된 리슬링 그랑크뤼를 마셔보면 아직도 상태가 90%일 정도로 좋더군요. 미네랄과 솔티한 맛, 신선함도 아직 잘 유지할 정도로 퀄러티에 많은 정성을 쏟아붓고 있어요”.  

윌리 기셀브레슈트 크레망 블랑 드 누아
피노누아 100%로 빗는 크레망 블랑 드 누아도 기셀브레슈트를 대표하는 와인입니다. 오로지 정성스레 손수확한 포도만 사용하며 18개월동안 병숙성을 거치는데 섬세하고 정교한 버블이 샴페인 못지 않습니다. 오크 숙성은 전혀하지 않았지만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를 통해 풍미를 높였고 잔당은 8그램 정도입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리슬링 2015
리슬링은 2015는 과일향이 좋고 신선함이 돋보이는 영한 와인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리슬링 100%입니다. 오크 숙성은 물론 뾰족한 산도를 다스리기 위한 젖산발효도 하지않아 리슬링 포도 자체의 특성이 잘 표현됩니다. 2015년은 매우 더운해로 태양때문에 산도가 자연스럽게 둥글둥글해졌다고 합니다. 후추, 민트향이 매력적으로 올라오며 각종 씨푸드와 좋은 매칭을 보입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뮈스카 2015
뮈스카는 생동감있는 신선한 과일향이 좋아 햇살이 좋은날 야외에서 즐기기 딱 좋은 화이트 와인입니다. 하얀 아스파라거스향이 느껴지며 새우튀김을 곁들인 샐러드, 스파이시한 아시아 푸드, 고트 치즈와 마리아주가 좋답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피노그리 2015
피노그리는 스모키한 노트와 스파이시, 꿀향으로 시작되며 입에서는 흰꽃향이 폭발합니다. 치킨이나 커리 램, 스파이시한 태국, 인도, 중국 음식과 잘어울립니다. 

윌리 기셀브레슈트 게뷔르츠트라미너 2015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매혹적인 장미 등 플로랄하면서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느껴지며 푸아그라와 스파이시한 음식, 양고기를 넣은 모로코 전통 스튜인 타진, 스트롱 치즈, 디저트 등과 좋은 매칭을 보입니다. 산도가 다소 낮아서 당도가 좀 더 도드라지는 편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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