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포럼]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응법

관련이슈 세계포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03 21:57:50 수정 : 2017-05-03 21:57: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0조원 빚 나락에 떨어져
처참한 경험 뒤 재기한 인물
새 정부 이끌 정치엘리트들
철저하게 대책 준비해야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는 1998년 6월 방한 때 협상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대우는 모든 주상복합 건물에 트럼프 브랜드를 붙일 생각을 하면서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는 건설현장이 어디냐고 묻더니 그곳에만 사용하라고 했다. 로열티로 사업비 20% 선불을 요구했다. 빈손으로 왔던 그는 여의도 1차 사업에서 84만달러를 챙겼다. 나머지는 재협상으로 넘겼다. 이후 7개 사업장에서 700만달러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갔다. 대우는 아도니스 골프장을 트럼프에게 팔려고 시도했다. 포천으로 가다가 트럼프가 차를 돌리라고 했다. 이렇게 먼 곳에서 누가 골프 치느냐며 딴지를 걸었다. 헬리콥터로 손님을 실어나를 수 있다고 했더니 웃기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는 거제 옥포조선소를 구경하다가 구축함을 요트로 개조하고 싶다고 말해 대우 임원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헛물을 켰지만 트럼프를 상대했던 대우 간부는 그의 협상술에 입이 벌어졌다고 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를 사들일 때 차원 다른 솜씨를 보여주었다. 그가 2500만달러를 제시하자 소유주는 더 요구했다. 트럼프는 주변 해변을 2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리조트가 34만6000달러에 팔았던 것인데 웃돈을 주었다. 그런 뒤 바다 조망을 가릴 끔찍한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최종 협상가격은 800만달러! 트럼프는 “내가 해변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리조트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 소음도 시비했다. 지자체 팜비치카운티에 7500만달러(약 855억원)짜리 소송을 제기했다. 100만달러가 넘는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카운티는 공항 인근 황무지 26만여평을 저가로 30년간 임대해주고 소송취하를 받아갔다. 플로리다 최고의 골프장이 만들어지고 회원권이 분양됐다. 


한용걸 논설위원
워싱턴DC 인근 골프장이 2009년 1800만달러 매물로 나왔을 때 한국 교포들이 1300만달러로 들이댔다가 실패했다. 트럼프가 1100만달러에 사갔는데 전액 은행융자 조건이었다. 한푼도 내지 않고 서명만으로 챙긴 것이다. 대신 수백만달러를 들여 인공폭포를 만드는 등 호화롭게 단장했다. 백악관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이 골프장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나는 격에 맞지 않는 짓도 하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고, 파안대소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2005년 에미상 시상식 때 가슴받이가 달린 청바지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채 쇠스랑을 들고 노래를 불러 관객들이 배꼽을 잡았다. 나락에 떨어져 봤기 때문에 이런 것을 망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1990년대 초 90억달러 빚에 몰려 새벽 3시에 택시를 못 잡아 폭우를 맞으며 은행에 걸어들어가 국제금융전문 은행가들과 전화회의를 했다. “단두대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처절하게 버티며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협상 노하우를 체득했단다. ‘긴 준비시간→최종 책임자 접촉→결단 과시하기→획기적 발전 약속→상대방 자긍심 올려주기.’ 그는 챙겨야 할 최소의 이득과 지불할 최고의 가격을 설정한다. 이 틀에서 타협이 안 되면 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는 템포 조절을 통해 게임을 주도한다. 대통령 당선 직후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뒤흔들어 중국을 놀라게 했다. 선거 때는 중국에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 45%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런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불러들여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활용했다. 북한 김정은을 두고는 “햄버거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했다가 ‘미치광이’ ‘나쁜 놈’이라며 홱 돌아섰다. 그러다가 ‘4월 위기설’을 넘기자 ‘꽤 영리한 녀석’ ‘만나면 영광’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우리 문제도 ‘협상의 달인’ 손바닥에 올려져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사드 비용, 한·미동맹이 뒤엉켜서 돌아간다. 미 의회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해왔다. 트럼프는 하원 의원들을 달래면서 그가 원하는 것에 접근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새 정치엘리트집단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뭣주고 뺨까지 맞는다.

한용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