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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열정 스트라이커’ 토티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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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5 00:56:26 수정 : 2017-05-05 0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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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8일. 한국축구팬이라면 이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수밖에 없다. 바로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축구팀이 안정환의 결승골로 이탈리아에 기적의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바로 이날 한국인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선수가 있다.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의 스트라이커이자 에이스였던 프란치스코 토티(41·AS로마·사진)다. 토티는 전반부터 팔꿈치를 사용하는 거친 플레이로 경고를 받는 등 한국팬들의 원성을 샀고 연장전 들어서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시뮬레이션액션을 펼쳐 또 한 번 미움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토티가 이 시뮬레이션액션으로 한 장의 경고를 더 받아 퇴장을 당함으로써 한국의 기적의 역전승의 단초가 됐지만 이후 한국인에게 그는 대표적 ‘밉상’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는 이런 악연으로 맺어진 토티이지만 사실 그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환상적인 원터치 패스를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호령하는 뛰어난 실력이 인기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그가 진짜 사랑받은 이유는 토티가 현대 축구에 남아 있는 마지막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축구가 상업화된 것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다. 1000억원이 넘는 이적료가 오가고 수백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낯설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 팀에 평생을 바치는 선수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됐다. 특히 선수가 헌신하는 팀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토티는 급격히 상업화되는 축구환경 속에서 소속팀 AS로마를 위해 평생을 바친 선수다. 그가 AS로마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이 해에 AS로마 유스팀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1군 팀과 정식 계약을 맺고 1993년 마침내 1군 데뷔전을 치른다. 이후 24년 동안 언제나 로마의 그라운드에는 토티가 서 있었다.

다른 팀으로의 이적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 최고 선수로 2006년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그에게 당연히 세계 최고 클럽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특히 정책적으로 세계 최고 선수들을 끌어모으던 레알 마드리드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직접 친필 편지와 유니폼을 보냈을 정도로 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그는 고심 끝에 리그 강자도 아닌 만년 2위 팀 AS로마에 남기로 결심한다. 훗날 그는 “당시 레알 마드리드로 갔더라면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던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20년 이상 팀에 헌신한 그의 열정을 눈으로 본 축구팬 중 그의 진정성을 의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토티가 마침내 그라운드를 떠난다. 라몬 로드리게스 베르데호 AS로마 단장이 6월 계약이 끝나는 토티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침내 토티가 없는 로마 그라운드가 현실이 됐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벌써 15년. 대회가 막 끝난 이후 영원히 바뀔 것 같지 않던 한국에서의 토티의 이미지도 이제 많이 바뀌었다. 해외축구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의 열정을 많은 한국팬들이 눈으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과의 경기뿐 아니라 이탈리아 대표팀의 다른 경기들이나 AS로마 경기들에서 언제나 토티의 열정적인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때론 거칠기도 하지만 진정성을 인정받은 ‘열정의 로맨티스트’ 토티이기에 용서받을 수 있는 플레이들이다. 그렇기에 이제 한국의 축구팬들도 토티의 은퇴에 당당히 박수를 쳐줄 듯하다. 오랜 기간 멋진 축구를 보여준 토티에게 경의를 표한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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