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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신의 노여움으로 탄생한 샴페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5-06 06:00:00 수정 : 2017-05-06 02: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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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미식 셰프들이 선택한 샴페인 베스라 드 벨르퐁

베스라 드 벨르퐁 샴페인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에 어울리는 와인은 시원하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이지요. 그중에서도 기포가 입술을 간지럽히며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샴페인이 제격입니다. 한국은 샴페인 수입 증가율이 지난해 전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샴페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표지석 출처=홈페이지

기포가 와인에 잘 녹아있는 샴페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샴페인업계가 마케팅을 위해 지어낸 얘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잘알려진 아주 재미난 일화가 있답니다. 와인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최고급 샴페인의 대명사인 돔 페리뇽(Dom Pérignon)의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겁니다. 돔 페리농은 17세기 프랑스 상파뉴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 있던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Pirre Perignon)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그는 수도원에서 와인 양조를 책임지던 인물이었지요.  카톨릭 교회는 미사를 드려야 하기에 와인이 꼭 필요했답니다. 그런데 페리뇽은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오로지 청각에 의존해서 와인을 빚었는데 와인은 발효가 시작되면 마치 양철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것처럼 툭탁툭탁하는 소리가 납니다. 그는 이런 소리가 그치자 발효가 끝난 것으로 보고 유리병에 와인을 담아 마개를 닫고 지하 셀러에 보관했지요.
베스라 드 벨르퐁 로고
베스라 드 벨르퐁 로제 샴페인 출처=페이스북
베스라 드 벨르퐁 로제 출처=페이스북
베스라 드 벨르퐁 샴페인들 출처=페이스북

그런데 프랑스 북쪽에 있는 상파뉴는 다소 추운지역이라 섭씨 1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와인의 발효가 중단됩니다. 활동을 중단했을뿐 효모는 그대로 살아있지요. 다음해 봄이 되자 갑자기 와인병이 펑펑 터지기 시작했는데 페리뇽 등 수도사들은 “신이 노하셨다”며 깜짝 놀랍니다. 사실은 봄이 돼 온도가 올라가자 효모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며 기포를 만들어냈고 와인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거지요. 효모는 포도의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와인병이 압력을 견딜 정도는 아니어서 쉽게 터졌다고 하네요. 페리뇽은 용기를 내 와인 셀로 내려 갔는데 터지지 않은 와인을 마시고는 깜짝 놀랍니다. 기포가 입안을 톡톡 건드리는 와인을 마시고는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라고 표현했다는 군요. 돔(Dom)은 성직자의 가장 높은 위치인 도미누스(Dominus)를 줄여서 부르는 호칭으로 샴페인을 처음 개발한 페리뇽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돔 페리뇽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지하셀러 출처=페이스북
방한한 베스라 드 벨르퐁 오너 고드프로이 베조(Godefroy Baijot)


 샴페인을 만들때 기포 압력의 세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압력이 너무 강한 샴페인은 음식의 맛을 잘 못느껴 매칭이 잘 안되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압력이 너무 약하면 밋밋해 샴페인을 마시는 즐거움 크게 떨어집니다. 스파클링은 3기압이상이어야 하고 고급 샴페인 보통 6기압 정도입니다. 이는 수심 50m에서 느끼는 압력입니다. 세미 스파클링이 1~2.5기압이고 1기압이하면 일반적인 스틸와인으로 구분합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데 무안 엑스트라 브뤼

베스라 드 벨르퐁(Besserat de Bellefon)은 음식과 함께할때 가장 이상적인 기압을 지닌 샴페인을 개발한 생산자로 유명합니다. 기압을 4.5로 낮춰 30%가량 더 섬세한 기포를 지닌 샴페인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1843년 에드몽 베스라(Edmond Besserat)가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 1920년 손자 빅토(Victor)가 또 다른 샴페인 귀족 가문 출신 이본 드 메릭 드 벨르퐁(Yvonne de Meric de Bellefon)과 결혼하면서 지금의 베스라 드 벨르퐁이 탄생합니다. 빅토는 1930년 프랑스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라 사마리텐느 드 룩스(La Samaritaine de Luxe) 매니저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샴페인을 1000병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오랜 연구끝에 현재 샴페인을 개발했다고 하네요.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데 무안 브뤼

그렇게 탄생한 샴페인이 뀌베 데 무안(Cuvée des Moines)으로 이는 ‘수도사의 와인’이라는 뜻이랍니다. 돔 페리뇽이 속한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이 처음 우연하게 샴페인을 개발했을때는 기압이 낮아 기포가 섬세했다는 군요. 베스라 드 벨르퐁은 이런 초기의 샴페인처럼 탄산의 압력이 낮고 기포가 섬세한 샴페인을 만들어 수도사들에게 헌정하는 뜻으로 이같은 이름을 붙였답니다. 샴페인을 만들때 병에 효모와 당분을 넣고 2차 발효과정을 거치는데 베스라 드 벨르퐁은 기압을 낮추기 위해 당분을 리터당 19g를 넣어 최종 샴페인을 4.5 기압으로 낮췄습니다. 일반 샴페인은 리터당 25g를 추가해 6기압을 얻습니다. 기압이 낮은 만큼 기포의 크기도 작아 베스라 드 벨르퐁은 일반 샴페인보다 훨씬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의 샴페인을 선보이게 됐답니다. 랭스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제라르 리제 벨에르(Gerard Liger Belair)는 베스라 드 벨르퐁의 뀌베 데 무안이 다른 샴페인보다 기포가 30% 더 섬세하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하네요.
베스라 드 벨르퐁 그랑크뤼 브뤼 블랑 드 블랑

베스라 드 벨르퐁 샴페인들은 이처럼 미세한 기포 덕분에 목넘김이 매우 부드럽고 맛과 향기 튀지않아 음식과 아주 잘 조화를 이루고 풍부한 아로마도 더 잘 느껴집니다. 샴페인의 기포가 너무 강하면 혀의 맛을 감지하는 미뢰를 마비시켜 음식의 섬페한 풍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하네요. 베스라 드 벨르퐁이 미슐랭 레스토랑을 비롯한 전세계 유명 가스트로노미 레스토랑에 공급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은 30ha의 포도밭에서 연간 80만병 정도를 생산하며 포도를 압착할때 처음 나오는 고급 포도즙인 뀌베만 사용해서 와인을 빚고 있답니다. 넌빈티지 샴페인은 규정보다 훨씬 긴 5년, 빈티지 샴페인은 7년 동안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시키는 쉬르리(Surlee) 방식으로 양조해 풍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일체의 화학적인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뾰족한 산도를 다스리기 위한 젖산발효도 하지 않아 포도 자체의 특성을 샴페인에 잘 담고 있습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그랑크뤼 브뤼 블랑 드 블랑

베스라 드 벨르퐁의 셀러도 유명합니다. 셀러는 지하 35m 깊이에 9층으로 이뤄졌는데 총길이는 15km에 달합니다. 고급 와인일수록 더 아래쪽에 저장하는데 현재 무려 6000만병이나 저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베세라 드 벨퐁은 또 효모 찌거기를 제거하는 데고르주망(dégorgement)의 날짜를 표시해 어느 정도 병숙성과 안정화 기간을 거치고 출시됐는지 알수있답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은 다른 샴페인 하우스 부르노 빠이야르(Bruno Paillard), 필리포나(Philipponat), 드 브노쥬(de Venoge), 랑송(Lanson), 부아젤(Boizel)과 함께 Lanson-BCC Group에 소속된 와이너리입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은 여러차례 소유주가 바뀌어 현재는 고드프로이 베조(Godefroy Baijot)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그와 함께 대표 샴페인 7종을 테이스팅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베리와인에서 3종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데 무안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는 샤도네이 56%, 피노 누아 44%가 블렌딩됐습니다. 리터당 잔당은 3.5g으로 매우 드라이한편이지만 볼륨감이 느껴질 정도로 풍미가 돋보입니다. 짭짤한 바다냄새의 미네랄이 먼저 다가오고 복숭아 등 핵과일과 사과, 모과, 서양배, 블랙베리 등 과일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듭니다. 일반 넌빈티지 샴페인은 2년 숙성하지만 이 와인은 5년동안 효모와 함께 숙성해 이스트향, 구운 아몬드 등 견과류향, 토스티한 복합미가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씨푸드와 대구, 연어, 아보카도와 잘 어울립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드 무안 브뤼 밀레지엄 2006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데 무안 브뤼(Brut)는 피노 뮈니에 45%, 샤도네이 35%, 피노 누아 20%를 일반 샴페인보다 피노 뮈니에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전체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대표 샴페인으로 지하셀러에서 3년간 숙성합니다. 생동감 있는 신선함이 돋보이며 질감이 매우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습니다. 마른 꽃향, 자두, 살구, 복숭아 등의 핵과일과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블랙커런트, 아몬드, 헤이즐넛과 같은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도 느껴집니다. 송아지 타타르 등과 궁합이 좋습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그랑크뤼 브뤼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은 그랑크리 포도밭 17곳의 샤르도네 100%로 만든 프리미엄 샴페인입니다. 잔당은 리터당 7g이미 샹파뉴의 좋은 빈티지인 2008과 2009를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아카시아 등 흰꽃향으로 화사하게 시작되고 감귤, 살구,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과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어 마카다미아 같은 견과류와 토스티한 향이 올라 오면서 기분 좋은 피니시로 이어집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그랑크뤼 브뤼 블랑 드 누아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드 무안 브뤼 로제는 피노 뮈니에 40% 샤도네이 30% 피노 누아 30%입니다. 야생 딸기 향이 두드러지며 붉은 과실의 풍미가 잘 느껴집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뀌베 드 무안 브뤼 밀레지엄 2006은 샤도네이 57% 피노 누아 33%, 피노 뮈니에 10%가 섞였습니다. 클래식한 스타일이 좋은 빈티지 샴페인으로 시트러스와 살구 등 핵과일, 미네랄 풍미가 좋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현재 베스라 드 벨르퐁의 빈티지 샴페인은 2006년이 최신 빈티지로 돔 페리뇽같은 느낌을 줍니다. 산도가 잘 살아있고 이스트향과 풍부한 빵 냄새 등 복합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베스라 드 벨르퐁 그랑크뤼 브뤼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 피노 누아 100% 샴페인입니다. 풍부하면서 우아한 향이 돋보이며 버섯을 곁들인 비프 로시니와 환상적인 마리아쥬를 보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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