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성열의마음건강] 속상하면 혼잣말해서라도 풀어라

관련이슈 한성열의 마음건강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08 00:44:42 수정 : 2017-05-08 00:44: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마음속의 ‘불’ 끄지 못하면 화병 생겨 / 혼자 빈 의자 앞에 두고 감정 발산 도움돼
필자가 어렸을 때 가끔 동네에 남루한 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여성이 나타났다. 이 여성은 끊임없이 혼잣말을 했다. 겁이 나서 가까이 가지도 않았지만, 곁에서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 깜짝 놀랐다. 혼자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가 그런 여성처럼 혼잣말을 하고 계시지 않는가. 버럭 겁이 나서 “엄마, 미쳤어. 왜 혼자 중얼거려” 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내가 안 미치려고 이러지”라고 대답하시는 게 아닌가. 아니, 안 미치려고 혼잣말을 하다니. 나는 물론 그때 그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에 큰 영향을 받아 그 후 나는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자주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누구라도 붙잡고 속 시원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요.”,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속이 터질 것 같아요.”, “열불이 나서 도저히 못 참겠어요.”

누구나 매일 속상한 일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속상하다는 이유도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하다. 속상하면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병에 걸리게 된다. 문자 그대로, 화병은 ‘속이 타들어가는 병’이다. 마음속의 ‘불’을 끄지 못하면 마음이 계속 타들어간다. 화병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화를 행동으로 표현하면 폭력적이 된다. 그리고 참으면 울화증에 걸린다.

‘차라리 벽보고 이야기한다’는 말도 있듯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은 누구에겐가 털어놓아야 풀린다. 가장 좋은 것은 화를 나게 한 그 상대에게 직접 이야기해서 푸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게 끝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실제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대개는 친구를 만나서 술김에 속상한 일을 털어놓기도 한다. 물론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친구나 자녀,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사연도 많다.

그럴 경우에는 혼잣말이라도 하는 것이 참는 것보다 더 좋다. 그리고 사실 효과도 매우 크다. 상담 현장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빈의자 기법’이 실은 혼잣말의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우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조용한 장소를 선택한다. 그리고는 앞에 바로 자신을 화나게 한 그 상대가 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는 상대에게 참았던 이야기를 하고 허심탄회하게 다 털어놓는다. 이야기하던 중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은 사실관계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법을 권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의아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건강은 ‘머리’의 영역이 아니라 ‘마음’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빈 의자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머리이다. 하지만 속이 상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은 지금 앞에 있는 것이 빈의자인지 실제 사람인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은 ‘지금 힘드니 속 시원히 말 좀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하게 사는 것은 속에 쌓인 화를 풀고 가볍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만남과풀림상담교육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