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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칼럼] 4차 산업혁명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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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8 00:45:37 수정 : 2017-05-08 00: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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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연결을 발판으로 삼아 인간의 행동·사건까지 예측 가능 / 인문학 통해 성찰·반성 없으면 모래 위 성처럼 쉽게 무너질 것 요즈음 들어 사람들은 입만 열면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다. 이 말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이 용어는 이제 지식인 사회에서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그러니까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이다. 이 포럼은 전 세계 기업인, 정치인, 경제학자 등 전문가 2000여 명이 모여 지구촌이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런데 지난해 포럼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주요 의제로 채택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2016년의 세계경제포럼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산업혁명인 셈이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개발과 그에 따른 정보통신 기술이 낳은 총아다. 그리고 지금 인류는 세 번에 걸친 산업혁명의 토대 위에 4차 산업혁명의 성을 쌓고 있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이다. 눈부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5대양 6대주가 한낱 지구촌으로 축소되면서 이제 인류는 거의 실시간 단위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그동안 안과 밖, 나와 너 사이에 놓여 있던 높다란 장벽이 허물어져 내렸다.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제조업과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뤄지는 성과는 이제 연결과 융합의 마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과 연결을 발판으로 삼아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한다. 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과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해 수집한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해 일정한 패턴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지능성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정한 패턴으로 파악한 결과를 토대로 인류는 이제 인간의 미래 행동과 사건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무슨 주문(呪文)처럼 자주 입에 올리면서도 막상 중요한 점 하나를 놓치고 있다. 융합과 연결, 지능성과 예측 가능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문학이 먼저 바탕이 돼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새로운 산업혁명의 전환점에 서 있는 지금, 문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4차 산업혁명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일진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반성 없이 이뤄진 그런 혁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문학은 현란한 영상 이미지가 아니라 활자를 매체로 하는 책에 기반을 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흰 종이 위에 찍힌 검은 글자를 읽는다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그동안 잊어 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저자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열띤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책을 읽으며 꿈을 꾼다.

문학가나 인문학자를 밤하늘에 걸린 달을 쳐다보며 한숨이나 짓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 시 한 편에, 소설 한 권에, 얼핏 현학적이고 언어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철학적 담론에 인간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이 담겨 있다. 젊은이들이 책을 멀리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디지털 기기에 탐닉해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문학의 바탕이 없는 4차 산업혁명은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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