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한 기업 관계자를 만나 “이런 블로그 광고가 꼭 필요하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일단 반복적인 호평을 보게 되면 마지막 줄에 광고임을 알려도 제품에 대한 호감이 생긴다”며 “바이럴(Viral) 마케팅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기 때문에 기업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돌이켜보니 필자도 세뇌된 것처럼 제품이 좋아보이기도 했다.
정진수 문화부 기자 |
인플루언서도 소위 ‘급(級)’이 나뉜다. 패션·뷰티업계 관계자들은 이 중 최상위에 있는 A급 인플루언서들은 기업의 제품과 거액의 돈을 제공받으며 제품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하지만, 광고 고지는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일상생활인 것처럼 사진을 찍어 특정 기업의 제품을 꾸준히 노출시켜주는, 광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드는 방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이 있지만, 일상 생활 사진과 광고 사진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보다 앞서 등장한 ‘후기를 가장한 블로거 광고’는 제재 판례가 있는 반면, 이런 일상 사진을 가장한 광고는 선례가 없어 법 적용 여부도 애매하다. 매체는 빠르게, 다양하게 발전하는데 관련 법은 더디게 적용되는 탓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런 A급 인플루언서는 관련 계약서를 내밀면 ‘이런 것까지 써가면서까지 하지는 않겠다’고 거부한다. 과세도 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결국 탈세와 함께 표시광고법 위반이 버젓이 행해지는 셈이다.
최근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미국의 파워인플루언서들이 기업으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상품 광고성 게시물을 올릴 경우 광고 표기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한국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매체도, 광고도 진화한다. 정책과 법률이 부정적인 진화를 예측해 길목을 지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화 속도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 “세금도 안 내고, 한 번에 수백만원의 돈과 제품을 받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사람들을 보면 허탈감이 든다”는 한 기업인의 말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정진수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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