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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소기업 부처 만든다면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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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0 21:29:50 수정 : 2017-05-10 21: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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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起承轉) 치킨집’, 퇴직한 직장인들이 대부분 치킨집을 차린다는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직장에서 내몰린 사장들의 미래는 험난하다. 소상공인의 35%가 1년 내 폐업하고, 그 비율이 2년차에는 55%, 3년차에는 85%까지 높아진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드라마 미생의 대사는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치킨집 사장들을 투표장으로 모시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창업, 벤처기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치킨집, 커피숍, 전통시장의 상인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에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지향점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 350만개 중에 300만개 이상은 10인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10인 이상의 제조업체는 7만개도 안 된다. 겉으로는 모두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지만, 두 집단에 대한 지원 방식, 내용,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이학노 동국대 교수·경영학
상이한 두 집단에 대해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정책을 추진하면 실패할 것이 뻔하다. 창업, 벤처기업, 제조업체 위주로 정책이 이루어지면 영세한 소상공인은 소외받게 된다. 역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상공인 보호·지원 중심의 중소기업 정책은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할 기업도 정부 지원에 안주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증후군을 불러온다. 그간 중소기업 전용 지원을 받기 위해 중견 기업을 목전에 두고 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며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중소기업 부처가 필요하다면 확실히 하자. 창업, 벤처기업과 중소 제조업체로 정책 대상을 한정해 성장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서 치킨집으로 내몰리는 300만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그들만을 위한 정책과 이를 실현할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 지방 중소기업청도 소상공인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 지자체와 협력해 현장에서 애로를 해결하고, 맞춤형 지원·보호와 규제를 제대로 집행하게 하자.

산업부와 중소기업부의 업무 분장도 확실히 해 정책 혼선을 없애야 한다. 중소기업 부처는 창업·벤처 활성화와 금융 등 중소기업 특화 지원을 일원화해 담당하고, 산업부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협업과 산업 간 융합을 위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 거래관계가 많은 우리의 수직적 산업구조와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생각해보자.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와 스마트카, 스마트홈, 에너지신산업 등 4차 혁명시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주력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갑질은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

그동안 정권 교체 때마다 빈번하게 정부 조직을 개편했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해관계자를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식 개편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조직이 아니라 정책이며, 조직을 건드릴 때는 정확한 진단과 실제 정책 집행 프로세스까지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만약 중소기업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면 정책 대상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한국 경제와 국민을 위한 진심어린 고민을 당부한다.

이학노 동국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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