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CheerSports] ‘마의 2m30㎝’ 향해 비상… 높이뛰기 샛별 ‘짝발’ 청년 우상혁

관련이슈 CheerSports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11 22:17:18 수정 : 2017-05-11 22:17: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 10일 세계체육기자연맹 총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서배스천 코(60)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한국이 육상 강국이 되려면 걸출한 젊은 선수들이 나와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유망주가 부족해 경쟁력을 상실한 한국 육상의 현주소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한국 육상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이봉주(46) 이후 스타 플레이어의 대가 끊겼다. 이 때문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무더기 예선 탈락하며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는 법이다. “그냥 뛰어넘는 게 재미있다. 기록을 깰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며 천진난만함을 간직한 젊은 선수가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현저히 작은 ‘짝발’ 청년 우상혁(21·서천군청·사진)이다.

지난 4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제46회 전국 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상혁은 시작부터 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삭발 머리’를 하고 나타나 굳건한 결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날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른 우상혁은 2m15㎝에 도전해 2차 시기에서 깔끔한 도약 자세로 통과했다. 3차 시기에서 2m25㎝마저 가뿐히 뛰어넘자 장내에는 환호가 쏟아졌다.

이어 우상혁이 바 높이를 오는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참가 기준기록인 2m30㎝로 올리자 장내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졌다.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지난해 7월 일본 오사카 국제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2m29㎝다. 손가락 마디 하나보다 짧은 차이를 극복하느냐가 선수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 셈이다. 마지막 바를 넘기 전 3분의 준비시간 동안 우상혁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되새겼다. 이윽고 우상혁은 바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며 한 마리 새처럼 날았다. 비록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도전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우상혁은 어릴 때부터 경쟁심이 강했다. 육상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짝발 신세에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대전 중리초등학교 육상부를 찾았다. 당시 우상혁을 지도한 윤종형(58) 코치는 “절대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했다. 달리기는 한계가 있어 높이뛰기를 권했다”고 말했다. 우상혁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매번 뒤처지면서 씩씩댈 바에는 불편한 신체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종목을 추천한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지도자를 만난 우상혁은 이후 제대로 날았다.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매번 최고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특히 지난해 리우올림픽을 한 달 앞둔 오사카 대회서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2m29㎝)을 극적으로 넘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선 기대만큼 좋은 활약은 없었지만 우상혁은 여전히 한국 높이뛰기의 역사를 홀로 써가고 있다.

우상혁은 기량이 최전성기에 오를 2020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오늘도 양발의 사이즈가 다른 운동화를 고쳐 신는다. 우상혁은 “몸 상태에 상관없이 무조건 경기를 즐기려고 한다”고 말한다. 긍정의 힘으로 ‘마의 2m30㎝ 벽’을 부술 태세다. 3년 뒤 만 24세의 나이에 ‘도쿄 대첩’을 꿈꾸는 청년 우상혁의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안병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