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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국가의 역할 ‘나의 사랑,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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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1 22:17:30 수정 : 2017-05-11 22: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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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과연 무엇인가? 최근 들어 한번쯤은 자문해 보았을 것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은 물론 사회복지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은 선거로써 자신들의 대리인인 정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의 사랑, 그리스’가 흥행 역주행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낭만과 신화의 나라, 하지만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를 배경으로 세 커플의 사랑과 아픔을 다룬다. 여대생인 다프네(니키 발칼리)는 불법체류자 파리스(타우픽 바롬)와 사랑에 빠진다. 홍보팀장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는 스웨덴 본사에서 온 구조조정 책임자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트)와 사귀고, 60대의 마리아(마리아 카보이아니)는 독일인 세바스찬(J K 시몬스)과 소박한 데이트로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낀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는 서로 다른 세대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가 처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먼저 20대 젊은 커플의 사랑을 통해 그리스의 난민 문제를 건드린다. 여대생 다프네와 난민 파리스는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졌음에도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그리스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고달픈 현실이다.

40대 중년 커플을 통해서는 기업 구조조정, 실직과 가정의 파탄을 다룬다. 그리스 부실기업은 스웨덴에 팔리게 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한 지오르고의 동료는 임신 중인 아내를 낙태시키려다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생활고를 겪던 60대 마리아 역시 독일에서 이주해 온 세바스찬과 데이트하면서 가정이 위태로워진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상기시킨다. 그리스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제위기를 겪은 암울한 그리스의 사회상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경제위기로 국민들은 실업과 생활고를 겪게 되고 이 때문에 난민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암시한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은 그리스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세 가지 에피소드의 옴니버스 구성으로 풀었다. 20대, 40대, 60대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합치는 구성은 무척 인상적이며 균형과 짜임새 또한 매끄럽다. 감독은 한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닥친 이야기를 사랑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보듬는다. 또한 암울한 현실에서도 그 이상을 아우르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회적이지만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선 일침을 가한다.

우리도 그리스처럼 외환위기를 겪었다.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 아픔도 당했다. 최근에도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다. 새 정부가 국가를 제대로 관리해서 국민들이 안보에 대한 걱정과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견인해 주기 바란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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