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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칼럼] 대통령 문재인의 初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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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2 00:51:03 수정 : 2017-05-12 10: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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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여구로 꾸민 취임사보다 퇴임이 아름다운 지도자 돼야 / 전임의 실패를 교훈으로 ‘100% 대통령’ 길로 나아가야 대통령 문재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선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새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전거복철(前車覆轍)의 거울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앞 수레가 엎어진 바큇자국은 뒤 수레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으니까.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 대통령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솔선수범해야 진정한 정치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배연국 논설실장
앞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사이고 뒤쪽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이다. 누구의 말이 더 아름다운가. 두 지도자 모두 국민의 신뢰와 성공한 대통령을 다짐하고 있지만 이미 한쪽은 수레가 전복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희망의 복주머니’를 열었던 광화문광장은 탄핵을 외친 촛불집회의 성지로 바뀌었다.

무엇이 그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단언컨대 취임 당시의 초심을 잃은 탓이 아닐까. 취임사에서 다짐한 국가의 대리(大利)를 망각하고 자신의 소리(小利)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자기 이익에 빠진 사람에게는 국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를 따르는 한줌의 지지자만 보일 뿐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멀어지고 국론 분열이 심화되는 길이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선거에서 40%대 초반의 지지를 받았지만 ‘100% 대통령’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의 다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자면 포용이 필수적이다.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국민과 정치세력을 끌어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수첩인사’로 자기 사람만 챙기면 수레는 결국 엎어지고 만다. 문 대통령은 나라를 분열시킨 ‘박근혜의 길’이 아니라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통합한 ‘링컨의 길’을 가야 한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다. 유명한 변호사였던 스탠턴은 링컨과 함께 사건을 맡게 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거냐”며 나가 버렸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링컨은 그를 내각의 요직인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 참모들이 “원수를 없애야 하지 않느냐”고 반발하자 링컨이 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문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적폐 청산을 외친 그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이다. 과거의 구태를 뿌리 뽑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것은 법과 절차에 따라 사법적으로 단죄하면 된다. 대통령이 나서서 소리칠 일이 아니다. 과거보다 나라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찢어진 국론을 통합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역사적 과업을 놓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 여러분의 자랑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우리는 아직 한 번도 그런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은 스스로 만든다. 역사에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남느냐 여부는 취임 때의 초심을 끝까지 지키느냐에 달렸다. 그런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취임사를 집무실에 걸어놓고 매일 대면하기를 권한다. 대통령의 성공은 말의 성찬으로 이루지지 않는다. 실천이 중요하다.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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