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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쵸콜릿과 어울리는 와인 따로있다?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5-12 06:00:00 수정 : 2017-05-11 22: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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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차 이 토로 까르미네르와 쵸콜릿이 만나면 풍미 더 좋아져
사랑하는 연인과 입맞춤 같은 달콤한 쵸콜릿. 짙은 검은 과일의 풍미와 스파이시한 향신료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레드 와인.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죠. 하지만 와인을 좀 마시다보면 알게됩니다. 와인과 쵸콜릿이 만나면 시너지를 일으켜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는 사실이지요. 레드 와인은 대체로 쵸콜릿과 잘 어울리지만 그중에서 특히 궁합이 좋은 포도 품종이 따로 있답니다. 바로 까르미네르(Carmenere)인데 포도 자체가 초콜릿 풍미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칠레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품종이라 칠레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으로 알려져있지요. 하지만 사실 까르미네르의 고향은 프랑스 대표 와인산지 보르도입니다. 지금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메를로가 가장 많이 재배되지만 18∼19세기만해도 메를로보다 까르미네르가 더 중요할 정도로 보르도 와인 블렌딩에 반드시 사용되던 품종이었답니다. 그러나  포도나무를 죽게 만드는 진딧물 필록세라가 1860년 미국에서 건너와 유럽의 포도밭을 초토화시키며 습한 지역이던 보르도에서 까르미네르는 멸종되고 맙니다. 대신 과일향이 풍부한 메를로가 대세로 자리잡게 되지요.
칠레 대표 레드 포도 품중 까르미네르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멸종된 까르미네르가 어떻게 보르도에 멀리 떨어진 남반구까지 이동해 칠레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 됐을까요. 칠레에서 까르미네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칠레에서는 까르미네르를 메를로인줄 알고 있었다고 하네요. 식물학적으로 까르미네르는 메를로보다 느리게 숙성되는 점만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특징을 지녀 칠레에서 ‘늦은 메를로‘라고 불렸답니다. 1990년 초반 학자들은 우연한 기회에 연구를 통해 이 품종이 메를로가 아니라 필록세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까르미네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또 유전학적으로는 메를로 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계열이라는 점도 확인됩니다. 사실 까르미네르는 유럽에서 필록세라가 발생하기 이전인 1800년대에 이미 다른 국제품종과 함께 칠레에 들어와 심어졌는데 이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거지요. 필록세라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온전한 까르미네르가 칠레에서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까르미네르는 붉은색이라는 뜻의 ‘까르민(Carmin)’에서 유래됐습니다. 포도 수확철이 되면 까르미네르 포도나무의 잎이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변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하네요. 까르미네르는 천천히 익는 만생종이라 다른 레드 품종보다 늦게 수확하는데 덕분에 쵸콜릿 등 풍부한 아로마를 지니게됩니다.

가장 품질 좋은 까르미네르가 생산되는 곳은 칠레 카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의 페우모 빈야드(Peumo Vineyard)입니다.
카차포알 밸리 페우모 빈야드 위치
수확철이 되면 단풍이 드는 콘차 이 토로 까르미네르 포도밭 출처=홈페이지

카차포알 강의 산비탈을 따라 펼쳐진 페우모는 해발 170m 높이로 토양은 강의 영향을 받은 충적토이며 점토질로 이뤄졌습니다. 반지중해성 기후로 따뜻한 낮과 시원한 밤을 지녀 일교차가 크고 특히 여름에는 카차포알 강이 밤 기온을 떨어뜨립니다. 이에 따라 포도는 느리게 숙성해 풍부한 아로마를 지니게 됩니다. 
콘차 이 토로 대표 까르미네르 와인들

이런 천혜의 포도 생산지에서 최고급 까르미네르를 빚는 와이너리가 칠레는 물론, 남미를 대표하는 콘차이 토로(Concha y Toro)랍니다. 1883년 설립된 콘차 이 토로는 1997년 프랑스 5대 사토인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만드는 바롱 필립 로칠드 가문과 알마비바(Almaviva)를 만들어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문을 연 와이너리 유명합니다. 
콘차 이 토로 로고
콘차 이 토로의 아이콘 와인 돈 멜초(Don Melchor)는 세계적인 와인매체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8차례나 선정돼 칠레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콘차 이 토로의 포도밭은 1만800ha에 달하고 칠레, 미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다양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답니다. 
까르민 데 페우모

콘차 이 토로는 칠레 최고의 까르미네르로 인정받은 까르민 데 페우모(Carmin de Peumo), 떼루뇨 까르미네르(Terrunyo Carmenere) 등을 생산합니다. 이중 플래그십 와인 까르민 데 페우모는 콘차 이 토로의 가장 오래된 싱글빈야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포도 품질이 특별이 좋은 해에만 한정 생산합니다. 로버트 파커는 2013년 이 와인에 97점을 부여했는 칠레 와인중 최고 점수입니다. 또 같은해 와인스펙테이터의 ‘세계 베스트 까르미네르 와인’으로도 선정됐답니다. 
콘차 이 토로 까르미네르 와인과 궁합이 좋은 리퍼블리카 델 카카오(Repúlica del Cacao) 쵸콜릿
까르미네르 85%, 까베르네 소비뇽 9%, 까베르네 프랑 6%가 블렌딩됐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4개월동안 숙성합니다. 자두, 블랙베리 등의 풍성한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담뱃잎 향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특히 쌉싸름한 초콜릿 맛도 느낄 수 있고 여운은 길게 이어집니다.
떼루뇨 까르미네르

떼루뇨 까르미네르 2015(Terrunyo Carmenere 2015)는 칠레 페우모 떼루아에 대한 엄격한 분석을 통해 생산된 싱글빈야드 와인입니다. 까르미네르 100%로 빚은 프리미엄 까르미네르로 칠레 와인 산업 전체에 많은 영양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와인 스펙테이터 톱 100에 칠레 까르미네르 와인중에서는 최초로 선정됐습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8개월간 숙성하며 블랙페퍼와 같은 스파이시한 향신료로 시작됩니다. 이어 강렬한 검은 과일류의 풍미, 초콜렛과 바닐라 아로마가 풍성하게 나타납니다.  잘 숙성돼 탄닌은 매우 둥글둥글하고 구조감이 좋은 와인입니다.
떼루뇨 까르미네르 Lot.1

떼루뇨 까르미네르 Lot.1 2013 (Terrunyo Carmenere Lot.1 2013)은 칠레 까르미네르 최적의 산지이자 기원으로 여겨지는 페우모 빈야드 27구획의 포도로 한해에 불과 2400병만 한정생산하는 와인입니다.  까르미네르 86%, 까베르네 소비뇽 7%, 까베르네 프랑 7%가 섞였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6개월간 숙성합니다. 산도와 과실미가 조화를 잘 이뤄 신선한 까르미네르 특유의 풍부한 아로마가 잘 느껴집니다. 페우모 떼루아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르께스 까사 콘차 까르미네르

마르께스 까사 콘차 까르미네르 2014 (Marques De Casa Concha Carmenere 2014)는 까르미네르 88%, 카베르네 소비뇽 12%를 섞었습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6개월간 숙성시켰는데 페우모 지역 까르미네르 와인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농익은 자두 등 블랙 베리류, 다크 초콜렛과 바닐라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미슐랭 3스타 쉐프 브루노 메나드(Bruno Menard)가 방한해 이 4가지 까르미네르 와인과 쵸콜릿을 매칭하는 이색 행사가 열렸습니다. 메나드가 개발한 ‘레드 메뉴(Red Menu)’로 리퍼블리카 델 카카오(Repúlica del Cacao) 쵸콜릿을 사용해  까르미네르 특유의 아로마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다양한 초콜렛의 미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화제가 됐습니다. 카카오는 남미에서 5000년 전부터 사랑받았던 재료로 스페인 사람들은 카카오를 ‘신의 음식’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는 군요. 이 쵸콜릿은 남미의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산된 최고급 원재료와 프랑스 명품 초콜렛 발로나(Valrhona)의 기술력이 결합돼 남미의 질 높은 쵸콜릿의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슐랭 3스타 셰프 브루노 메나드

메나드는 도쿄 레스토랑 로지에(L’Osier) 셰프로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가 있는 스타 셰프입니다. 메나드는 그의 아버지 장 클라우드(Jean Claude)와 멘토인 까를레스 바리에(Charles Barrier), 장 바르데(Jean Bardet)와 함께 풍부한 향을 가진 쵸콜렛을 만드는 것으로 음식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27세에 프랑스 니오르(Niort)의 르 골든(Le Golden) 레스토랑 셰프시절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인 골트 & 밀라우(Gault & Millau)로부터 20점 만점 중 17점을 획득했고 2007년 로지에에서 미슐랭 가이드 역사상 처음으로 단 한번에 3스타를 받아 스타 셰프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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