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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스텔라데이지호 상처’ 보듬지는 못할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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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2 19:17:52 수정 : 2017-05-12 19: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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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화가 나요. 이처럼 올바르지 못한 공무원은 교체해야 합니다.”

지난 3월 말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한국인 실종 선원 8명 중 1명인 박성백씨의 어머니 윤미자(61)씨는 분노했다. 아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어 애간장이 녹는데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로 생환 가능성에 대한 실낱 같던 희망도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9일 외교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실상의 수색작업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의례적인 위로 한마디조차 없는 휴대전화 문자 한 통이 다였다. 왜 수색을 중단하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고 가족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거나 입장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정부만 믿고 수색현장 소식을 기다리던 윤씨 등 실종 선원 가족들은 어이가 없었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외교부의 무성의는 사고 초기부터 계속됐다. 담당 직원들은 사고 발생 직후 마련된 부산 상황실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수색작업을 지휘한 우루과이 해상구조본부(MRCC)와 연락해 파악한 현지 상황을 해양수산부를 통해 가족들에게 전달했을 뿐이다.

정부가 이러니 선사 측의 행태도 거침없었다. 오는 15일까지 가족들이 사용하기로 했던 상황실을 지난 2일 무작정 비워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심지어 선사 측 한 관계자는 “(실종선원) 가족들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싶어 ‘세월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3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재난사고 예방과 함께 사후 대처과정에서 그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이는 ‘안전하고 든든한 나라’의 기본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이후 진행상황을 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실낱 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하는 결과가 나와도 실종자 가족들이 “우리 정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줘서 고맙다”고 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다.

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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