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서정민의세계,세계인] 박물관으로 향하는 백화점

관련이슈 서정민의 세계, 세계인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16 02:12:39 수정 : 2017-05-16 02:12: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선택의 폭·가격 우위 온라인 쇼핑 대세 / 4차 산업혁명, 소비·유통의 근간 바꿔
쇼핑 장소의 대명사이던 백화점이 빠르게 쇠퇴기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백화점 체인 매장 수백 곳이 올해 폐쇄된다. 미국 중산층 소비의 상징이던 메이시스는 올해 100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닫는다. 메이시스 총 점포의 14%에 해당한다. 매장 폐쇄로 메이시스는 올해 약 6200명을 해고한다.

최근 미국 노동통계청은 4월 기준 미국의 백화점 근로자 수는 127만7000명이라고 발표했다. 199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5년 전인 2012년만 해도 160만명에 가까웠다. 경기 호조로 미국의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매장 및 근로자 수의 대폭 감소는 백화점 업계의 불황을 의미한다. 올해 뉴욕 증시에서 소매업 지수가 13%나 올랐지만, 백화점 수는 줄고 있다. 주가 상승은 온라인 쇼핑몰의 급속한 성장을 반영한다.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 1분기 2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전 세계 증시에서 시가총액 4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즉 오프라인 매장은 지고, 온라인 유통업체가 뜨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이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시장구조를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중산층의 감소도 한 원인이다. 미국에서도 빈부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80년대에 비해 미국의 경제 불평등 정도는 2배가량 심화됐다. 2015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13.5%인 4310만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고가의 고급 상품이 갖춰진 백화점 쇼핑을 즐길 인구가 줄 수밖에 없다. 인건비, 유통비 등을 아낀 온라인 쇼핑몰의 저렴한 가격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미국의 오프라인 백화점은 이제 디지털 사업에 더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일부 매장을 고급화하거나 할인 매장으로 남기고, 나머지 역량은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도 온라인 업체를 인수해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다.

많은 상품을 부문별로 진열해 파는 대규모 소매점인 백화점은 1,2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대량으로 생산된 제품을 집약해 파는 장소가 필요했다. 1852년 파리에서 문을 연 봉 마르셰가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다. 이어 1858년 미국의 메이시, 1863년 영국의 휘틀리 등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29년 서울 종로2가에 문을 연 화신상회가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이었다. 그리고 20세기 내내 백화점은 세계 각국에서 소비의 상징으로서 크게 번성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21세기 소비와 유통의 근간을 크게 바꾸고 있다. 선택의 폭과 가격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온라인 유통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혹은 쇼핑만이 아닌 소비자 친화적 편의와 위락을 동시에 제공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식당, 영화관, 병원, 놀이시설 등이 같이 들어선 복합쇼핑문화공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공무원을 늘리기보다는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하는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