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에는 도시의 패러다임 변화를 알리는 키워드들이 여럿 담겨 있다. 차량에서 사람으로, 통과에서 머묾으로, 폐쇄에서 재생으로, 해체에서 보전으로, 단절에서 연결로 등이다. 숨 가빴던 개발시대를 살면서 놓치고 망각했던 도시의 가치들이 서울로를 통해 되살아난다. 차를 타고 지나던 공중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람들은 도시에 대해 잃어버린 감각과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대도시 서울을 사람냄새 나는 도시로 바꾸는 조건이 된다. 서울로는 새 서울로 가는 길목이고, 서울로 위의 보행은 새 서울을 향한 발걸음인 셈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 |
공중정원 서울로는 보행자들이 머무는 공간이면서 보행을 통해 주변과 연결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남대문, 남산, 염천교, 중림동, 만리동, 청파동 등 17개 보행길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다. 서울로 1km 구간엔 이러한 경로를 통해 찾아온 사람들이 최대 6만명 머물 수 있다. 산책자로서 이들은 도시를 감각으로 읽고, 연결로를 따라 주변을 하나로 잇는다. 서울역 일대엔 서울시 미래유산을 비롯한 지역유산·공공·문화·종교·상업시설 등 60개 이상의 잠재적인 공공목적지가 산재해 있다. 이들은 17개 보행길을 통해 하나의 장소적 공간으로 묶인다. 서울로가 서울역 일대의 지역 단절을 극복하면서 보행자를 매개로 한 사람중심 장소로 재활성화되는 것이다.
서울로는 주변의 주요 신경세포로 신호와 자극을 전달해 부위 전체를 일정한 활성화 상태를 이루게 하는 뉴런(neuron)과 같다. 서울로가 뉴런이 돼 주변을 자극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은, 도시계획적 언어로 말하면 선(線)의 재생을 통해 면(面)의 재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서울시는 실제 서울역고가의 보행공원화와 맞춰 서울역 일대 중림·만리동과 서계·청파동, 남대문·회현동 등 3개 권역에 대한 재생사업을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 서울은 서울로가 뉴런이 돼 주변까지 활성화시켜 태어나는 사람중심 도시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보행자란 사람이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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