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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 결단’ 내세워 합당 모험… 정치권, 소신껏 행동해야 19대 대선 과정에서 제기돼 서로 여건과 입장이 맞지 않아 불발에 그친 여러 정파 간 통합·연정론은 이제 여야의 필요성과 절박성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년 만에 재집권한 여권은 여소야대 정국 타개 방안으로, 야권은 당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원내 4당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통합과 연정을 논의하기에 앞서 1990년 3당 합당과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복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YS(김영삼)의 통일민주당, JP의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은 원내 4당 체제 여소야대로 출범한 13대 국회를 여대야소 양당구도로 전환하며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꿔 놓았다.

과반에 못 미치는 125석으로 국정운영에 한계를 느낀 노 대통령은 야합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합당을 단행했다. 1987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에 이어 차점으로 낙선했으면서도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DJ의 평화민주당에 밀려 3당으로 전락한 YS는 승부수를 던져 자신이 원하던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독자적인 정권창출에 힘이 부친 DJ가 JP를 끌어들여 내각제를 고리로 공동정부 구성에 성공해 국정운영을 한 것이 DJP 연대의 요체다. 3당 합당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이었다면 DJP 연대는 선거에서 국민적 동의 과정을 밟은 게 차이점이다. 합당과 연대를 하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YS, DJ에 비해 JP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YS와 합당 후 팽당한 JP는 DJ와는 당 대 당 연대 형식으로 제휴했으나 대북정책 이견으로 연정을 걷어차 버린 것이다.

다당제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된 이번 대선은 영호남 지역에서 특정후보의 몰표 현상이 사라지는 등 역대 대선과 비교해 지역주의가 누그러져 정치적 의미가 크다. 정치권의 헤쳐모여식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

지금 원내 4당 체제는 13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20대 총선 민의와 괴리가 있다.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며 올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은 대통령 탄핵 주도 세력으로 자유한국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치결사체다. 그들은 유승민 전 대선 후보가 6.8%의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자평하지만 의원 13명이 총선에서 바른정당 공천으로 당선됐으면 대선 직전에 집단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했겠는가.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지난해 창당해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점이 바른정당과 다르다. 국민의당이든 바른정당이든 이념과 노선 차이보다는 특정계파의 패권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정치인 개인의 감정 등에 의해 딴 살림을 차린 측면이 강하다.

의원 빼가기,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구태의연한 행태와 대선 때 쌓인 앙금과 구원(舊怨)에 집착하는 협량정치를 뛰어넘지 않는 한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구도 타파와 의회발전은 요원하다.

YS와 DJ는 구국의 결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합당이라는 정치모험을 감행하고, 평생 적대시했던 정적(政敵)과도 손을 잡는 통 큰 정치력을 발휘했다. 시대와 세력이 바뀌어도 자력으로 권좌에 오를 수 없다고 판단한 정치지도자라면 YS, DJ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헌법기관인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소신껏 행동해야 한다. 복당은 탈당 못지않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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