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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神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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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6 23:19:27 수정 : 2017-05-17 15: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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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섭 ‘용문사 은행나무
(250×150㎝, 6월18일까지 학고재갤러리)
마을을 보호하는 당목(堂木)이나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성황수(城隍樹)와 같은 오래된 나무들을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손장섭 작가는 ‘나무가 천년을 살았다는 느낌은 뭘까’를 반문한다. 그 기간 인간은 몇 세대가 흘렀을까. 그 자리에 서서 인간들의 수많은 삶들을 지켜봤을 것이다.

작가는 어느 날 경기도 양평을 지나치다 하얀 서기를 느꼈다. 되돌아와 보니 용문산 은행나무였다. 흰색의 아우라가 감도는 은행나무 그림의 탄생 배경이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자랐다는 전설을 지닌 나무다. 사람들은 거목 아래서 휴식과 수다를 떨며 소통을 했다. 선인들은 신령이 나무를 통로로 하여 강림하거나 그곳에 머물러 있다고 믿었다. 오래된 나무를 함부로 베면 패가망신한다며 삼갔던 이유다. 그래서 신목(神木)이라 신성시했다.

작가는 물의 농도를 조절하여 투명하게 그려야 하는 수채화에서조차도 일부러 흰색 물감을 섞는다. 아크릴 물감에서도 흰색을 섞은 오묘한 파스텔 색조를 즐긴다. 화면 전체에서 신령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사실 흰색은 모든 색깔이 극에 달한 색으로 신성한 색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종의 비사를 목격한 영월 청령포의 관음송과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태백산 주목 그림도 흰 색조가 감돈다. 나무 그림에서 서늘하고 찌릿한 신기가 풍겨온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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