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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사 속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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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8 01:14:03 수정 : 2017-05-18 01: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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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 떡을 주면 안 잡아먹겠다고 아이들을 겁주기도 하고, 곶감이 무서워 도망을 치기도 한다. 호랑이가 이야기 속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역사기록을 보면 선사시대 울산 반구대 암각화나 고구려 고분에서 호랑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는 호랑이가 목장에 침입하여 가축을 해쳤다는 기록이 여러 번 나온다. 약 1만년 전부터 한반도에 자생하던 호랑이는 불과 1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사라졌다.

호랑이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없어진 우리 생태계에는 멧돼지가 대규모로 번식하고 있으며, 멧돼지의 도심 출몰은 이제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가 되었다. 더욱이 농촌 지역은 해마다 옥수수, 고구마, 벼 등 연간 100억원대의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는다. 멧돼지 사례는 건전한 생태계 형성과 유지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유엔의 ‘제3차 생물다양성 전망 보고서(2010)’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20∼30년 이내에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국제사회는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했다. 유엔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을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3대 리우 환경협약이라고 한다. 이 협약의 목적은 3가지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며, 생물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공평하게 ‘공유’하자는 것이다. 협약에서는 생물다양성을 육상, 해상 그밖의 수상생태계 및 ‘생태학적 복합체’를 포함하는 모든 자원으로부터의 생물 간 변이성을 뜻하며, 종들 간 또는 종과 그 생태계 사이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유전자, 생물종, 생태계 각각의 다양성을 종합하는 개념이다.

우리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복원하고자 노력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바이오경제 2030’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 세계경제의 상당부분을 생물산업 시장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산업의 핵심 소재는 생물다양성에서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원료의 절반 이상이 생물자원이다. 더욱이 이러한 생물산업 원료의 7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료의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원료를 대체할 국내 자생생물 발굴과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섬기린초, 장미과식물 등 국내 자생생물로부터 기능성 화장품의 소재를 발견하여 상용화에 성공, K-뷰티산업에 기여하는 등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유엔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한 5월 22일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기념하고 있다. 환경부도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5월을 ‘생물다양성의 달’로 지정하고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미래 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역사 속 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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