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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맹구우목(盲龜遇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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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8 01:15:56 수정 : 2017-05-18 01: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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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과 인권을 생각하게 하는 나날이다. 인간, 특히 부자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기에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바꿀 수도 없는 절대적 관계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했다. 가정윤리의 실천덕목인 오륜(五倫)의 하나로서 부모는 자식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는 뜻이다.

한데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국’에 속하면서도 ‘아동수출국’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국제 입양된 한국 아동은 전체 국제입양 아동(50만명)의 3분의 1이 넘는 20만명으로 추정될 정도다.

자녀는 비록 부모가 낳았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생명과 인격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인간은 이른바 소우주(小宇宙)다. 우주만물을 한 몸에 담을 정도로 사람 개개인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인간은 참으로 귀한 인연으로 태어난다.

고려 때 대선사 보조 스님은 ‘맹구우목(盲龜遇木)’과 ‘섬개투침(纖芥投針)’에 비유했다. 맹구우목은 ‘열반경’에 나오는 말로, 바닷속 눈먼 거북이가 1백년에 한 번 물 위로 떠오를 때 마침 바다 위를 떠다니는 널빤지에 뚫린 작은 구멍에 머리가 들어가게 되는 아주 드문 인연을 말한다. 섬개투침은 바늘을 땅 위에 세워 놓고 하늘에서 겨자씨를 던져서 그 겨자씨가 바늘에 꽂히는 참으로 희박한 확률을 뜻한다.

명심보감 훈자편(訓子篇)에 “사람들은 모두 구슬을 아끼나 나는 자녀의 현명함을 아끼노라(人皆愛珠玉 我愛子孫賢)”고 한 바는 어린이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다.

오늘 37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우리나라나 세계사에서 벌어졌던 전쟁 및 분규 같은 격변의 시대에 최대 희생자 중 하나는 어린이들이었다. 어린 생명들이 맘껏 꿈을 펼치는 세상을 희망한다. 귀하게 태어난 인간 생명과 인권의 가치가 빛나는 날을 갈망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盲龜遇木 : ‘바다 위 널빤지 작은 구멍에 거북이 머리가 들어간다’는 내용으로 귀한 인연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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