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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흐름 방관하다 낭패… 늦었다 생각될 때 가장 빨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를 검색하는 독특한 버릇이 생겼다. ‘국가재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들의 일상을 바꾼 사회적 재앙이 된 지 오래다. 설렌 마음으로 맞이한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국민들은 희뿌연 미세먼지에게 연휴 대부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이런 국민들의 아쉬운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감축의 첫 단계로 가동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일시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오염원인 탓이다.

물론 미세먼지가 발전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퇴출하겠다는 중장기계획을 후보시절 공약했다. 조만간 나올 강력한 경유차 억제정책은 자동차업계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업계로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로 시름하는 자동차업계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게 된 셈이다.

내연기관으로 대변되는 경유차의 대안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원 배출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을 느긋하게 뒷짐만 진 채 방관해 왔다. 진입장벽이 워낙 높은 자동차 업종의 특성만 믿고 시장판도가 급격하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믿은 탓이다.

김기동 산업부장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모터’나 ‘배터리’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다. 오히려 자동차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IT,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대표적 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114년 역사의 포드자동차를 추월하자마자 미 최대 자동차회사인 GM까지 넘어섰다. 지구촌이 테슬라에 열광하는 게 단순히 전기차 때문일까. 미래산업을 주도할 첨단의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까지 보유한 것이 테슬라의 강점이다. 여기에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기존 완성차업체보다 한 발 앞선 경쟁력을 갖춘 지 오래다.

중국의 전기차산업 성장세는 비약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후발주자였던 중국이지만 2015년에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전기차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조율 아래 보조금과 충전인프라 등 행정적 지원 등 각종 장려정책을 펼친 탓이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을 자처하는 우리는 어떤가.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인 현대기아차가 ‘쏘울’과 ‘아이오닉’으로 체면치레한 게 고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5년이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25.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4대당 1대가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은 기존 기름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카르텔을 무너뜨린다. 언제까지 최고속도, 토크, 가속성능, 연비 등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건가.

덩치만 키운 채 관료화된 조직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는 힘들다. 기존 자동차산업의 가치관과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기동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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