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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검은 황금'의 저주?… 녹아내리는 베네수엘라

입력 : 2017-05-17 19:29:08 수정 : 2017-05-17 1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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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무분별 지출·부정부패 / GDP 성장 -4.2%·인플레 800% / 경제, 7년 내전 시리아보다 심각 / 국민 4명 중 3명 식량난 시달리고 / 거리는 약탈과 방화로 폐허화 / 7주째 반정부 시위… 42명 사망 “베네수엘라가 ‘검은 황금’(석유)의 저주로 녹아내리고 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의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가 최근 국가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인플레이션이 현재의 두 배 이상인 1600%까지 치솟고 대규모 경제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전국 곳곳에서 7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지난 13일 수도인 카라카스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고 있다.
카라카스=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 들어 남미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4.2%, 인플레이션은 80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베네수엘라 국민 4명 가운데 3명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거리에는 블랙마켓과 약탈 등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경제·사회 지표로 보면 베네수엘라는 내전 상황이 7년째 이어지는 시리아보다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인접국인 브라질은 정치·사회적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울 중기만 브라질 국방장관은 “정치적 혼돈과 통제 불능의 인플레, 식료품 고갈 등 때문에 베네수엘라인들이 브라질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며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인들을 난민으로 공식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호라이마주 정부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국경을 넘어온 베네수엘라인이 3만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으며 거리는 약탈과 방화로 폐허가 됐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2014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시작된 경제난에 대처하지 못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엘 나시오날 등 현지 언론은 이날 7주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가 최소 42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마두로 행정부는 “석유 이권을 노리는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는 야권이 식품과 생필품난 해소 등 경제난과 정국혼란 해소에는 협조하지 않은 채 정부 전복과 권력 찬탈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에만 의존하던 베네수엘라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가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마두로 정부가 고유가만 믿고 무분별하게 재정지출을 늘렸으며 유가하락으로 인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경고했다. 특히 지난해 말 감행한 화폐개혁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초인플레이션에 대처하겠다며 기존 100볼리바르 지폐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고액권 지폐 6종을 도입했지만 신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권 통용만 금지해 오히려 혼란과 인플레이션이 가중됐다.

정부의 식량난 대처 방안은 부패한 군 고위관계자들의 배만 불렸다. 지난해부터 베네수엘라 정부는 식량난에 대처하기 위해 군부에 식량의 수입과 공급 독점권을 주고 기본 배급제를 실시했지만 군 고위관계자들은 식량을 밀거래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176개국 가운데 166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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