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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카타르 선수들의 ‘히잡시위’… FIBA 2년 만에 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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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8 21:23:06 수정 : 2017-05-18 21: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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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24일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카타르와 몽골의 A조 예선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화성스포츠타운 실내체육관은 갑자기 술렁였다. 카타르 선수들이 경기 직전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다음 날 열린 네팔과의 경기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원인은 바로 카타르 선수들이 착용한 히잡 때문이었다. 이는 머리에 어떤 것도 착용할 수 없다는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 어긋난 것이었다. 신체접촉이 많은 종목 특성상 부상 위험성을 줄이자는 취지의 규정으로, 반지와 목걸이 착용이 금지된 것과 같은 이유다. 그래서 경기 전 경기 감독관과 심판들은 카타르 선수들에게 히잡을 벗고 경기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종교적 신념을 선택했다.

카타르 여자 농구선수들은 인천아시안게임 이전까지 FIBA가 주관한 국제대회에 단 한 차례도 나간 적이 없었다. 대신 필리핀 등지에서 열린 비공식 대회에 히잡을 쓰고 출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금지규정을 전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들의 행동은 FIBA 규정 개정을 위한 공개 시위였던 셈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카타르 여자농구 선수들이 히잡 착용을 불허하자 경기를 포기하고 퇴장하고 있다.
카타르 여자 농구선수들의 항의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FIBA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2년간의 시험기간을 거쳐 지난 4일 홍콩 총회에서 선수들의 ‘헤드기어 착용’을 허용하는 새 규정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히잡은 물론 남자 선수들의 터번이나 유대인들의 모자인 야물커 등도 착용이 가능해졌다. 사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는 결정이었다. 축구나 핸드볼 심지어 복싱 같은 격투기에서도 히잡을 쓰고 경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히잡 허용 운동을 주도한 미국계 무슬림 농구선수 빌키스 압둘 카아디르는 “감동적인 결정이다. 나는 다시 코트로 돌아갈 수 있다”며 환영했다. 이를 준비한 듯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 3월 히잡 스포츠 의류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매개로 스포츠 참여를 위한 끈질긴 투쟁을 해왔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그랬다. 유도의 워잔 샤흐르카니를 비롯한 2명의 선수가 히잡 착용 조건으로 2012년 런던에서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선수가 됐다.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선수는 육상과 유도, 펜싱, 승마 등 4종목 5명으로 늘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히잡은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이집트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화제였다. 비키니를 입고 경기하는 다른 국가 선수들과 달리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형태를 띤 ‘부르키니’를 입었기 때문이다.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은 히잡을 쓰고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따내 이란의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히잡 쓴 최초의 미국인 선수인 입티하즈 무하마드 역시 펜싱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히잡이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상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무슬림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다. 히잡이 있고 그것이 허용되기에 그들은 금기의 벽을 넘어 스포츠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무슬림 여성들은 스포츠 참여 기회를 더 얻기 위해 히잡 착용이 그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이를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 이제 무슬림 여성들에게 농구라는 종목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카타르 여자 농구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해 본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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