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바로 카타르 선수들이 착용한 히잡 때문이었다. 이는 머리에 어떤 것도 착용할 수 없다는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 어긋난 것이었다. 신체접촉이 많은 종목 특성상 부상 위험성을 줄이자는 취지의 규정으로, 반지와 목걸이 착용이 금지된 것과 같은 이유다. 그래서 경기 전 경기 감독관과 심판들은 카타르 선수들에게 히잡을 벗고 경기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종교적 신념을 선택했다.
카타르 여자 농구선수들은 인천아시안게임 이전까지 FIBA가 주관한 국제대회에 단 한 차례도 나간 적이 없었다. 대신 필리핀 등지에서 열린 비공식 대회에 히잡을 쓰고 출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금지규정을 전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들의 행동은 FIBA 규정 개정을 위한 공개 시위였던 셈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카타르 여자농구 선수들이 히잡 착용을 불허하자 경기를 포기하고 퇴장하고 있다. |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매개로 스포츠 참여를 위한 끈질긴 투쟁을 해왔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그랬다. 유도의 워잔 샤흐르카니를 비롯한 2명의 선수가 히잡 착용 조건으로 2012년 런던에서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선수가 됐다.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선수는 육상과 유도, 펜싱, 승마 등 4종목 5명으로 늘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히잡은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이집트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화제였다. 비키니를 입고 경기하는 다른 국가 선수들과 달리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형태를 띤 ‘부르키니’를 입었기 때문이다.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은 히잡을 쓰고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따내 이란의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히잡 쓴 최초의 미국인 선수인 입티하즈 무하마드 역시 펜싱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히잡이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상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무슬림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다. 히잡이 있고 그것이 허용되기에 그들은 금기의 벽을 넘어 스포츠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무슬림 여성들은 스포츠 참여 기회를 더 얻기 위해 히잡 착용이 그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이를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 이제 무슬림 여성들에게 농구라는 종목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카타르 여자 농구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해 본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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